엊그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포함돼 있던 검찰 특수활동비 80억원과 특정업무경비 506억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반대했으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사실상 강행 처리했다. 일선 검사와 수사관들이 깊은 충격에 빠진 가운데 검찰 예산의 실무 책임자인 임세진 법무부 검찰과장은 “책임감과 무력감을 느낀다”며 사표까지 던졌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비용의) 내역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하나 마나 한 소리다. 애초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 활동에 쓰인다. 피의자가 자신이 수사 대상임을 깨닫지 못하게 하는 밀행성이야말로 수사의 핵심이란 점을 민주당 의원들이라고 모르지 않을 것이다. 특경비는 마약, 디지털 같은 특정 분야 범죄자 검거를 위한 이른바 ‘함정 수사’ 등에 드는 경비다. 온라인 공간을 무대 삼은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을 위해 함정 수사를 확대하는 입법에는 민주당도 동의하지 않았던가. 이미 집권 경험이 있고 장차 재집권을 목표로 하는 수권정당답지 못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존속한 검찰 특활비·특경비 예산을 갑자기 없애겠다는 민주당의 진짜 의도는 삼척동자도 안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 개발 비리 등 각종 범죄 혐의를 수사해 재판에 넘긴 검찰에 보복하려는 것 아니겠는가. 이 대표를 기소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을 겨냥해 민주당이 탄핵소추 방침을 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는 15일 예정된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그리고 25일 내려질 위증교사 1심 선고를 앞두고 법원을 압박하려는 속셈도 있어 보인다. 원내 1당이 산적한 민생 현안은 외면한 채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 궁리만 하고 있으니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특활비·특경비 전액 삭감 위기에 대검찰청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검찰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며 민주당의 재고를 촉구했다. 예산 부족으로 검찰 수사가 위축되면 좋아할 국민이 범죄자들 말고 누가 있겠는가. 예산안 확정 전까지 아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 절차가 남아 있다. 검찰 수사 역량을 약화시켜 범죄자들의 천국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민주당은 향후 예결위 등 과정에서 전액 삭감 방침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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