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오늘 반쪽 상태로 출범한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불참 의사를 고수하면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참여에 미온적이다. 이 때문에 협의체는 일단 ‘여·의·정’ 형태로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의료계가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의료계의 부분적인 참여만으로도 협의체 가동은 의미가 있다. 우여곡절 끝에 대화의 장이 마련된 만큼 정부와 의료계는 한 발씩 양보해 의료 정상화의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를 대표해 한덕수 국무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참여를 지시함에 따라 협의체의 실효성은 더 커졌다.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의 참여는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문제는 야당의 태도다. 민주당은 “전공의·의대생 등 의료계 주체가 빠진 협의체는 시간낭비”라며 참여를 미적거리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를 먼저 제안한 것을 돌아보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최대 민생 문제인 만큼 원내 1당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의료단체의 합류를 설득하고 해결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는 것이 순리 아닌가.
박단 전공의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요구가 안 받아들여지면 내년 봄에도 전공의와 의대생은 병원과 캠퍼스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대화의 장에 나와 자기주장을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럼에도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같은 비현실적인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막말 논란’, ‘1억 합의금 요구’ 등 물의를 빚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취임 6개월 만에 탄핵당한 것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임 회장의 중도 하차는 자업자득이라 하겠다. 이를 계기로 의협과 전공의들이 협의체에 참여하는 대승적·합리적 결단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정부와 의료계의 치킨 게임에 국민과 환자들의 불안과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의료 시스템은 회복 불가능한 내상을 입게 될 것이다. 의료 붕괴를 막으려면 정부, 정치권, 의료계 모두 자기주장만 할 게 아니라 이젠 대안을 놓고 타협해야 한다. 국민은 협의체 가동이 실질적인 의료 정상화로 이어지길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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