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티비위키’ 주소 차단 불구
URL 바꿔 대체 사이트 계속 개설
차단 조치 길어도 3일… 효과 ‘미미’
신규 사이트 차단 심의 2∼3주 걸려
“누누티비 운영자 검거로 끝 아냐
도박·음란물 광고 수익 차단 시급”
접속 대신 ‘영상 URL’ 차단 의견도
국내 최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운영자가 정부 단속을 피해 만든 ‘티비위키’가 정부의 접속 차단 조치에도 폐쇄 직전까지 월 6000만회의 접속 수와 200만명 안팎의 방문자 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운영자들은 검거되기 전까지 웹페이지 주소(URL)를 바꿔가며 정부의 차단 조치를 손쉽게 빠져나갔다. 제2, 제3의 누누티비 등장을 막기 위해선 차단 방식을 강화하고 이들의 광고 수입원이 되는 불법 도박사이트 단속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웹사이트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티비위키 접속 횟수는 시기별 가장 활성화된 3개 주소 기준 △7월 5501만회 △8월 6792만회 △9월 6478만회 △10월 5297만회에 달했다. 전 사이트 모두 90% 이상의 트래픽이 국내에서 발생했다. 접속자 수는 사이트별로 월평균 197만∼208만명(7∼9월 기준)에 달했다. 설령 ‘봇’(반복 수행 프로그램)에 의한 트래픽이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적어도 월 100만명가량은 불법 스트리밍을 이용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월 1∼2회꼴로 관련 사이트를 꾸준히 차단해 왔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방심위는 적발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주 2회 통신심의소위원회에 상정해 당일 접속차단 결정을 내리고 있다. 차단 결정이 내려진 대체사이트는 통상 4일 이내, 신규 사이트는 2~3주 이내 처리한다. 하지만 차단이 이뤄져도 운영자가 며칠 내로 URL 끝에 숫자만 바꾼 대체 사이트를 만들면 이용자들은 구글 검색으로도 이를 쉽게 찾아 접속할 수 있다. 유사한 이름을 가진 사이트를 ‘일괄 차단’하면 안 되느냐는 지적에 방심위 관계자는 “같은 이름에 숫자만 바뀐 사이트라 하더라도 해당 도메인의 유명세에 편승하는 ‘사칭 사이트’일 가능성이 있어 이름만 비슷하다고 전부 대체사이트로 일괄 조치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티비위키는 이달 9일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가 누누티비 운영자를 검거하면서 결국 폐쇄됐다. 동일인이 운영하던 불법 웹툰 사이트 ‘오케이툰’도 함께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제2의 ‘누누티비’를 막기 위해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 관계자는 “누누티비 운영자 한 명만 잡고 끝낼 게 아니라 수입원 자체를 막아야 한다”며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게시된 도박·음란물 광고 자체를 차단해 돈줄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불법 도박사이트와 공생 관계다. 시밀러웹에 따르면 올해 7∼9월 티비위키 접속의 17.8%는 A 온라인 도박사이트, 3.7%는 B 온라인 도박사이트로 이어졌다. 티비위키 이용자 상당수가 광고 배너를 클릭해 불법 도박사이트를 방문했다는 뜻이다. 이런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게시되는 배너 광고 비용은 적게는 월 100만원, 많게는 300만원까지도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수익이 주 수입원인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통상 한 페이지에 10∼20개의 작은 배너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지난달 경찰에 붙잡힌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KBUTV’도 46개의 도박사이트 운영자들로부터 광고비 등으로 총 27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각 도메인을 접속 차단하는 방법 대신 영상 자료의 URL을 차단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오수현 호서대 교수(컴퓨터공학) 연구팀이 2022년 10월 정보보호학회논문지에 실은 논문에서 국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58곳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사이트가 수집한 영상 93%는 중복된 URL을 사용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다수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특정 영상을) 제공하지 못하게 하면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 (자체의) 가용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제언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