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최근 발표한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시장의 변화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향후 열리게 될 임시주총과 정기주주총회 승리를 위한 의결권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12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콘퍼런스콜 답변 과정에서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집중된 지배구조를 소유 분산 구조로 바꾸고 분쟁 완화와 국민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로 발표했는데, 시장의 상황 변화와 기관투자자, 소액 투자자들의 우려, 감독 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등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급하게 결정했는데, 추진 당시에는 충분히 예상치 못했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무겁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관심은 누가 남은 주주와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MBK·영풍이 지분을 더 많이 확보했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정작 주총 표 대결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양측이 확보한 지분은 고려아연의 경우 베인캐피탈 보유분과 자사주 활용 등을 감안하면 시장에선 36~37% 수준으로 추산된다. 영풍과 MBK측은 최근 공시까지 더해 40% 수준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 공개매수 물량의 소각까지 감안하면 고려아연 현경영진 측은 40~41%, 영풍과 MBK측은 44% 수준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일부 물량을 매각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국내외 기관투자자, 그리고 소액주주 등 16%의 주주들이 사실상 표심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풍과 MBK는 집행임원제와 14명에 달하는 신규 이사 선임의 건을 내놓으며 임시주총을 열겠다고 법원에 신청한 상태다.
실제 임시주총이 열리고 표 대결이 이뤄질 경우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MBK와 영풍이 지난 9월 13일 기습 공개매수를 발표한 뒤 지금까지는 공개매수 기간이나 가격, 법적 리스크 등을 활용한 MBK 측의 기교가 힘을 발휘해 왔다. 노련한 전략으로 투자자와 주주들 지분 매입·매도를 통한 수익률을 따져 움직이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비전 등을 고려한 결정이 이뤄질 거라는 분석도 있다. 시장에서 고려아연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해 온 한화와 LG, 현대차뿐만 아니라 국내 연기금과 외국인 투자자, 소액주주 의결권 대행 기관들 역시 이런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3월 열린 고려아연의 주주총회에서도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경영진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회는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을 의결했고, 영풍은 1주당 1만 원의 안건을 올렸다. 결국 고려아연 이사회 원안이 62.74%의 찬성을 통과했다. 당시 영풍 측 지분이 약 32%가량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주주가 향후 기업 가치 제고에 손을 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국민연금도 고려아연 측의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5년간 고려아연 측의 주주총회 안건 중 92.5%에 찬성하는 등 고려아연의 경영 전략과 성과에 공감을 표해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두고 "장기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추진한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다는 점에서 기존 주주들의 표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영풍은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60일 판결 악재가 터지면서 주주들의 머리가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고려아연과 MBK·영풍 양측 모두 의결권 지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누가 남은 주주와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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