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결정하는 에이지리스 시대
‘65세 노인연령’은 구시대 산물
연금개혁·정년연장 결단 필요
우리나라에서 노인이 되는 연령 즉, 노인연령 기준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65세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노인연령 65세는 독일 ‘철혈 수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1889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연금제도에서 비롯된다. 초창기 연금제도는 70세부터 연금을 수령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당시 독일 국민의 평균수명은 49세에 불과하여 열심히 보험료를 납부하여도 오래 살지 못하면 연금을 받을 수 없는 구조였다. 이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자, 1916년 연금 수령 연령을 65세로 낮추었다. 이 연령이 노인이 되는 연령으로 둔갑하게 된 것이다. 이후 평균수명이 80대 중반까지 늘어났으나 65세는 100년 이상 지난 오늘날까지 노인연령 기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노인연령 기준의 조정에 대한 논의는 2013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이후 정부와 시민단체 등에서 수시로 제기하고 있다. 이전에는 인구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연령 기준을 70세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었다. 최근에는 노인연령 기준을 75세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는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으로 70~74세를 응답한 비율이 44.6%로 가장 높고, 75세 이상을 응답한 비율도 34.4%로 비교적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와 같은 ‘65세’ 노인연령 기준에 대한 반박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고령사회대책대강(2018년)을 통해 유엔이 정한 ‘65세’ 노인연령 기준이 평균수명의 변화와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즉 “65세 이상을 일률적으로 ‘고령자’로 보는 것은 현상에 비추어 보면 현실적이지 않으며, 70세나 그 이후로도 개개인의 의욕·능력에 따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새로운 노인 기준 연령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상향된 노인연령 기준은 생산가능인구 규모를 늘리고, 노인 인구를 줄여 고령화 수준을 낮추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현행 사회제도들이 노인연령 기준 변경을 뒷받침해주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현행 정년 60세와 연금수령 시작 63세 간에도 3세 정도 소득 사각지대가 발생하는데, 노인 기준 연령 상향에 따라 연금 등의 수령 시기가 더 늦추어진다면 그 사각지대가 더욱 커질 것이다. 정년 연장을 통해 70세까지 일자리를 유지해 주는 일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벌써 10여년 동안 공전하고 있는 노인연령 기준을 둘러싼 논의는 이제 끝을 내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선택을 고려할 수 있다. 하나의 선택은 제도를 고려하지 않고 부양이 필요한 ‘노인’의 연령 기준을 평균수명 도달 15년 전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는 샌더슨과 셰르보프가 2005년 ‘네이처’에 발표한 주장이기도 하다. 또 다른 선택은 평균수명이 계속 변화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연령의 평균을 노인연령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는 신체적, 정서적 부양이 필요한 시기를 기준으로 ‘노인’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세 번째로 가장 중시되어야 할 선택은 ‘노인’ 용어와 그 연령 범주를 없애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노년학회지(Journal of Gerontology)에서는 논문에 ‘노인(the elderly)’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대신 나이가 더 많은 ‘연장자(older adults, 年長者)’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년이나 사회복지 수혜 연령은 ‘노인연령 기준’이 아닌 고령화 수준이나 사회 상황에 따라 개별법에서 정하면 된다. 이제는 연령이 아닌 개개인의 의욕이나 능력에 따라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이른바 에이지리스(ageless) 시대로, 노인연령 기준은 구시대 산물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일부 연구에서 입증되었듯이 나이가 들어도 스스로를 ‘노인’으로 인식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 생애는 매우 활기찰 것이다.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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