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비대위원 40% 차지
정부, 비대위 적극 설득 입장 조율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입김이 한층 세진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어제 출범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대 증원 책임자 문책과 ‘시한폭탄’ 의료정책 중지를 요구했다. 의협 새 비대위가 탄핵당한 임현택 전 의협 회장 때보다 더 강경한 투쟁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지 않다. 지난 11일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조속한 시일 내 의·정 대화의 물꼬가 트이긴 어려워 보인다. 전공의·의대생 대표들이 비대위에 본격 참여한 만큼 이제는 책임 있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를 기대한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어제 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로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협의도 하지 않고 의협과 19차례나 협의했다고 보고한 자,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보고한 자, 사직서 수리 금지 등 행정명령으로 전공의 기본권을 침해한 자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물어달라”고 윤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비대위는 의료 농단에 대해 지속해서 저항, 투쟁하겠다”고 했다. 의료계는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정부가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만 한 것이다. 진정 대화할 의지가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의대생들이 대거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비대위원 15명 중 전공의·의대생이 각 3명씩 참여하면서 젊은 의사 비율이 전체의 40%나 차지하게 됐다. 전공의들의 지지 선언에 힘입어 당선된 박 비대위원장은 “전공의·의대생의 견해를 최대한 존중하는 게 이번 비대위의 가장 중요한 입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공의·의대생들은 2025년 의대 정원 재검토를 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미복귀·수업거부를 하겠다고 엄포를 놔 정부와의 협상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게다가 박단 전공의 대표를 제외하곤 5명이 익명으로 참여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의료공백으로 국민이 고통받는데 익명으로 활동한다는 건 당당하지 못하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의료계가 계속 비현실적 주장을 하며 국민의 의료 정상화 요구를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의협 비대위는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에 뽑지 않거나, 대학 자율로 추가 합격자를 뽑지 않는 방식 등을 통해 선발 인원을 줄이자고 주장한다. 정부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이것도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해서 논의하는 게 순리다. 정부도 의협 비대위를 끝까지 설득하고 입장을 조율해 협상장으로 끌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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