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역 선로 2개 신호제약 문제
복선화해도 열차 운행 못 늘려
국토부, 보고 받고도 계약 강행
예산 3조2000억 혈세 낭비 우려
이천∼문경 철도비리 수사 요청도
KTX고속열차가 지나는 청주 오송역은 설계와 시공이 잘못된 탓에 개통 때부터 선로 10개 중 2개를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이 문제를 방치한 채 선로를 추가로 지어 열차 운행 횟수를 늘리는 ‘평택∼오송 2복선화’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투입될 예산 3조2000억원이 무의미해질 우려가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다.
감사원은 19일 이러한 내용의 철도 건설사업관리 실태 관련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경부·호남고속선이 함께 쓰는 평택∼오송역 구간을 2복선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증가하는 철도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열차가 오가는 선로 용량을 일 190회에서 380회로 2배 늘리려는 취지다.
문제는 오송역의 2개 선로는 열차가 서야 할 위치를 넘어섰을 때 강제 정지시키기 위한 안전거리(과주 여유거리) 부족으로 쓰지 못한단 점이다. 이 와중에 복선 선로를 추가로 지어봤자 열차 운행을 더 늘릴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국가철도공단은 지난해 2월 이 문제를 보고받고도 실시설계 승인·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국토부와 철도공단은 오송역 일부 선로가 안전 문제로 개통 때부터 방치돼 온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오송역은 국토부를 비롯한 각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서울과 정부세종청사를 오갈 때 주로 이용하는 역이다.
감사원은 “오송역 과주 여유거리 부족 문제 해소 없인 열차 대기시간이 이전보다 길어져 열차 운행횟수가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국토부와 철도공단에 주의 요구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해 배선 설계를 다시 하라고 통보했다.
이 밖에 이천∼문경 철도건설사업에선 철도공단 측이 방재특화설비 설치 의무를 부당하게 면제해 공단에 47억1061만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 측 일부 직원은 방재설비가 불필요하단 의견을 설계자가 낸 것처럼 회의 결과를 위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작 설계자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을뿐더러 회의록이 존재하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지난 4월 해당 비위에 연루된 공단 및 시공사, 감리업체 관련자 등 4명을 업무상배임,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공사와 감리업체의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고 손해액을 환수하라고 공단에 통보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