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고위직 인선 ‘지역·성별 안배’ 이뤄져
발칸 반도의 작은 나라 북마케도니아가 미국, 영국, 독일 등 32개국으로 구성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2인자를 배출했다. 옛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지 33년, 나토 가입 이후 4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21일 나토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라드밀라 셰케린스카(52) 전 북마케도니아 국방부 장관을 새 사무차장에 임명했다. 나토의 2인자에 해당하는 사무차장 자리는 지난 9월 루마니아 출신 미르차 제오아너 사무차장이 사표를 낸 뒤 지금까지 공석으로 있었다. 전임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제오아너 사무차장은 뤼터 신임 사무총장의 인사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스스로 거취를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뤼터 사무총장은 셰케린스카 신임 사무차장에 대해 “나토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칭찬했다. 이어 “그는 동맹 가입에 필요한 노력이 무엇인지, 나토의 정회원국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셰케린스카 사무차장이 국방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조국 북마케도니아가 나토 가입의 꿈을 실현한 점을 거론한 것이다.
북마케도니아는 2020년 나토의 30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당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시기였기에 북마케도니아의 나토 가입을 환영하는 공식 행사는 이듬해인 2021년 9월에야 열렸다. 북마케도니아의 나토 정회원국 지위 획득은 1991년 옛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후 약 30년 만의 국가적 경사였다. 당시 북마케도니아 국방장관으로서 나토 가입을 성사시킨 주역이 바로 셰케린스카 사무차장이다. 5년 가까이 북마케도니아 국방장관을 지낸 그는 미국 유학파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열렬한 친(親)서방주의자인 동시에 러시아, 그리고 서방과 러시아가 충돌하는 발칸 반도 지역에 대한 이해가 매우 깊다.
이로써 나토는 서유럽 출신 사무총장과 동유럽 출신 사무차장, 그리고 남성 사무총장과 여성 사무차장이 공존하는 체제가 되었다. 지역과 성별 안배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덜란드 총리를 지낸 뤼터 사무총장은 올해 초 나토 수장 자리를 놓고서 루마니아의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이겼다. 따라서 신임 사무총장은 동유럽 회원국들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나토 최대 주주에 해당하는 미국은 전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다음 나토 사무총장은 여성이 맡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취지의 제안을 해왔다. 뤼터 사무총장이 남성인 만큼 그동안 사무차장 자리는 여성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나토의 사무차장은 사무총장이 질병 등으로 자리를 비우는 동안 나토 회원국 32개국 대사들의 긴급 회의를 주재하는 등 상당한 권한을 갖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후 나토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서도 사무차장의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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