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에 관중 1000만명을 돌파하는 흥행 성공으로 잘 나가던 한국프로야구의 인기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야구대표팀이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예선에서 탈락했다. 지난 대회에 이은 2회 연속 탈락.
한국은 첫 대회였던 2015년 일본에 역전승해 우승했고, 2019년 2회 대회에서는 결승에서 일본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번 대표팀은 젊은 유망주들을 대거 발탁했다. 그 면면을 보면 김서현(한화), 김도영(KIA), 박영현(KT), 김택연(두산) 등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중심이 됐다.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 과감하게 세대교체를 시도하며 기대했으나 일본과 대만에 무기력하게 패했다.
확인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 선발 투수와 거포 실종이다. 에이스 고영표(KT)는 대만과의 경기에서 2이닝 6실점을 하면서 무너졌고, 쿠바와의 경기에서는 곽빈(두산)이 잘 던졌지만 5회를 채우지 못했다. 또 일본전 선발이었던 최승용은 1과 3분의 2이닝 동안 2실점 후 강판당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는 임찬규(LG)가 3이닝 3실점으로 물러섰다.
타선에서도 문보경(LG)과 윤동희(롯데)가 번갈아 가면서 4번 타석에 섰지만 무기력했다. 과거 대표팀에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이승엽, 박병호, 최정 등과 비교할 수 있는 거포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도영이 공·수에서 제 몫을 다한 것.
KBO리그는 98시즌부터 외국인 선수제도를 도입했다. 효과가 확인되자 2001시즌부터는 팀당 3명으로 확대했다. 그 영향으로 강력한 원투펀치(선발 투수 2명)와 거포 한 명을 확보하고 있다.
그 부작용으로 국내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밀려 3~5선발이 대부분이다. 강속구를 구사하는 유망주 투수가 입단하면 구단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마무리 또는 구원투수로 쓰고 있다. 5일에 한 번 나서는 선발 투수보다 연속 등판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타자들도 파워스윙은 용병에게 맡기고 교타자 위주로 육성하고 있다.
프로농구, 프로배구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다. 농구는 골 밑 강화를 위해 체격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면서 국내 선수 중 센터 포지션이 사라졌다. 배구는 레프트 공격수가 보이지 않는다. 야구도 토종 선발 투수와 거포가 사라져 가고 있다.
허구연 KBO 총재는 선수 출신으로서는 처음 한국프로야구를 이끄는 수장이 됐다. 역대 총재 중에서 가장 야구를 잘 아는 야구박사다. 그런 그가 가장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국프로야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방법은 용병을 줄이는 것이 아닐까?
성백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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