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체계 미비 등 이유 ‘2년 유예’ 주장
野 “과세 공제 한도 연 5000만원 상향”
투자자 반발 확산에 “정무적 판단 필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이어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 여부를 두고 21일 ‘유예’냐 ‘고수익자 한정 과세’냐 사이의 여야 간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선 이후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며 수익을 기대하는 ‘개미 표심‘ 잡기에 여야가 한마음으로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우선 정부·여당은 과세체계 미비 등을 이유로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그 과세는 공정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를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투자소득 중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 세율로 과세가 이뤄진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5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면 250만원의 22%에 해당하는 55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하에 가상자산 과세는 2022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앞서 두 차례 미뤄진 바 있다. 하지만 올해 7월 정부는 시스템 미비, 투자자 보호제도 정비 등을 이유로 가상자산 과세를 2027년까지 재유예하는 방안을 내놨다.
여당은 청년세대의 가상자산 투자가 활발하다는 점에서 이번 유예안을 통해 ‘청년층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셈법이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800만이 넘는 우리 국민들, 그중에 대다수는 청년들이 가상자산 투자를 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투자는 청년들의 자산형성 사다리로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트럼프 랠리’로 가상자산 가격이 오랜만에 올라가고 있다”며 “이번에 손실을 회복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들이 많은데, 민주당이 그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했다. 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젊은층에서 가상자산 과세 반대가 심하니 유예안을 주장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예정대로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되 과세 공제한도를 연 5000만원으로 설정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공약한 사안이기도 하다. 소액 투자자가 연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역시 ‘개미 표심’에 다가서는 전략이다.
다만 정부여당의 과세 유예 압박이 거센 데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반발도 확산하는 중이라, 최근 민주당 원내지도부 내에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변화된 상황을 확인하고 정무적 판단을 해서 당 입장을 최종 확정하는 시점이 곧 다가올 것”이라며 “(결론은) 유동성이 꽤 크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근 금투세에 대해서도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자 이재명 대표가 결국 폐지 결론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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