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언론 “러軍 51명도 사상”
북한군 투입 전선 전체 확대 정황
佛, 장거리미사일 공격 허용 시사
“마리우폴·하르키우 등서 목격”
추가 파병 가능성… 10만명 설도
우크라이나군이 영국에서 지원받은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를 이용한 공격에 북한군 5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전선에서만 포착됐던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하르키우에서도 목격되는 등 갈수록 북한군이 전쟁에 더 깊이 개입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24일 우크라이나 언론 RBC는 군사 전문 매체 글로벌 디펜스 코퍼레이션을 인용해 스톰섀도가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해 북한군 500명이 전사했고 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부상자는 장교 2명과 여성 1명이며, RBC는 여성이 의무병으로 알려졌으나 통역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도 18명이 사망하고 33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구체적 첩보를 입수하고 상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우크라이나 측이 여러 차례 북한군 사상자 발생 주장을 폈지만 국정원이 사상자 발생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톰섀도 미사일은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가 러시아 본토로 발사된 지 하루 만에 쿠르스크에 꽂혔다. 당시 우크라이나 언론은 스톰섀도가 북한군과 러시아군 장교들이 사용하는 시설을 타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동맹 또한 전선 전체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23일 CNN방송은 우크라이나 안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북한 기술 고문들(technical advisers)이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북한군이 하르키우에서 목격됐다고 밝혔다. 마리우폴과 하르키우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 도시로 크름반도와 동부 격전지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군은 2022년 2월 마리우폴 공습을 시작했고, 약 3개월 뒤 이 지역을 점령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주요 전선인 하르키우에서도 북한군이 포착됐다. 하르키우 군부대 연합의 예벤 로마노프 대변인은 CNN에 “북한군이 하르키우 지역에서 목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으며, 우크라이나 153기계화여단의 통합사령관 나자리이 키스하크는 우크라이나 언론에 “북한군은 부대를 나누고 전투부대를 강화해 소수 병력을 전선에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북한군은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주로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기습 공격해 장악한 러시아 접경지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반격으로 쿠르스크 영토의 약 40%를 러시아에 다시 내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극동 지방에서 훈련 중인 북한군 병력이 추가로 전선에 투입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9일 화상 연설에서 파병된 북한군이 10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고급 기술을 지원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에서 대북 정책을 담당한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은 22일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북·러 관계가 한번 시작되자 어지러울 정도의 궤도에 올랐다”며 “러시아는 북한을 국제기구에서 옹호하고 북한의 핵무기 역량을 정당화하려고 할 뿐만 아니라 몇 년 전이었다면 상상할 수 없을 수준의 고급 기술을 북한에 지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8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 잔해에선 미국, 네덜란드, 영국 등 9개 서방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전자 회로판이 발견됐다고 CNN이 우크라이나 시민단체인 독립부패방지위원회(NAKO)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북 제재에도 북한이 중국을 거쳐 불법 조달한 서방 미사일 부품들이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격화되는 전황에 프랑스도 미국과 영국에 자국산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영토 공격 제한을 해제했음을 시사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자기 방어의 논리”에 따라 러시아에 자국산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바로 장관은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프랑스 미사일을 사용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미사일은 스칼프(SCALP)로 영국의 스톰섀도와 공동 개발해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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