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칼부림한다”…‘묻지마 흉기난동’ 예고글 올린 20대男의 최후

法 “사회적 불안감 심화시키고 공권력 낭비” 집유 2년
“흉기난동 예고 사건, 실제 범행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며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경고

지난해 사회적 불안을 조성했던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이 잇따른 가운데, SNS 등에 흉기난동을 예고하는 글을 올려 협박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 이세창 부장판사는 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25)에게 지난 13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지난해 8월 3일 밤 11시께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흉기난동을 예고하는 게시글을 올려 이용자들을 협박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과 같은 날, A씨는 "내일 칼부림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이어 게시글에는 "어디서 할까"라는 내용을 적어 불특정 다수를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자신의 게시글에 달린 댓글에 "어디 사냐"고 묻거나 "찾아가서 일가족을 몰살하겠다", "칼부림하겠다"는 위협적인 답글을 반복해 달았다. 심지어 게시글을 읽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힌 일부 댓글 작성자에게도 추가 협박을 가하며 공포를 조성했다.

A씨가 글을 올린 시기는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7월 발생)과 분당 서현역 사건 등으로 전국적으로 불안감이 팽배했던 시점이었다. 당시 연이은 흉기난동 사건으로 인해 경찰은 폐쇄회로(CC)TV 설치 확대, 순찰 인력 증강 등 대책을 발표하며 사회적 안정을 꾀하고 있었다.

법조계는 이러한 사건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A씨의 범행이 단순한 협박을 넘어 다수에게 심리적 공포를 안기고 경찰력을 낭비시켰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흉기난동 위협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살인과 같은 중대 범죄를 예고하는 행위는 사회적 불안감을 심화시키고 공권력을 낭비시키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뒤늦게나마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실제로 범행을 실행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흉기난동 예고 사건이 실제 범행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며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사당국은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위협적인 발언도 철저히 추적해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