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까지 참전… 내홍 악화
친한계도 “뒤통수 때려” 격앙
“韓, 여의도 사투리 쓰나…
논란 해명하고 갈등 수습해야”
“의혹 제기에 국민 짜증” 지적도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이 ‘심리적 분당’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당내에선 “공멸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한동훈 대표가 직접 등판해 갈등의 최전선에 서면서 내홍 수습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표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당이 자중지란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에 “없는 분란을 불필요하게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논란을 ‘불필요한 분란’으로 보고 의혹 제기에 앞장서는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에게 당 혼란상의 책임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의혹은 한 대표 일가족들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을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 조직적으로 올린 정황이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 5일 논란이 불거진 후 정면 대응을 피해 오던 한 대표는 전날 작심한 듯 “당대표를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도 “대통령 담화 이후 도와줬는데 돌아온 건 뒤통수 (때리기)”, “한 대표를 죽이려는 것”이라고 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다.
한 대표가 ‘명태균 논란’을 언급하며 출범을 예고한 ‘여론조사 경선 개선 태스크포스(TF)’도 친윤계에 대한 경고 성격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윤 대통령이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고 그 대가로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인사는 “TF 조사 결과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고발하거나 법적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한 명쾌한 해명 없이 강 대 강으로 맞부딪치는 데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여의도 사투리를 안 쓴다고 했는데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힘 있는 사람들이 입을 막아버리는 건 민주주의 훼손”이라며 “이도 저도 안 하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을 이상한 집단인 양 매도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상현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만약 (게시글 작성자가) 가족이라면 사과하고 빨리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분열이 일어나고 탄핵을 부른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대표께서 일을 키우시는 거 아닌가”라며 “지금이라도 의혹에 대해서 해명할 일이 있으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일이 있으면 대표이자 리더, 지도자로서 사과하고 넘어가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생·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당이 내부 암투에 몰두하는 모습은 국민 보기에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 중진의원은 “야당의 거센 공세에 대응하기도 숨차고, 여당이 해야 할 일이 태산 같은데 다급하지도 않은 의혹을 제기하면서 왜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느냐”라며 “국민들은 먹고살기 어려워 죽겠는데 당 게시판에 어떤 글이 올라오는지 관심이나 있겠나.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