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 설정·디자인 능력 갖춰야
획일적 대학교육 더는 의미 없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래에 사회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더 필요해질 것”이라며 “인재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26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한국고등교육재단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인재가 갖춰야 할 자질과 양성의 중요성에 관해 논의했다. 이날 행사 일환으로 개최된 미래 인재 콘퍼런스 토론에는 고등교육재단 이사장인 최 회장을 비롯해 좌장을 맡은 염재호 태재대 총장과 이대열 존스홉킨스대 교수, 이석재 서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인재의 숲에서 인류의 길을 찾다’라는 주제 아래 열린 콘퍼런스에서 최 회장은 인재를 지식, 지혜, 지성 세 가지 측면에서 분류하며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사람을 인재라고 정의했을 때 인재는 지성”이라고 정의했다. 최 회장은 “지성은 집단으로 문제를 풀고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것”이라며 “안정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은 지성이 존재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인재에게 필요한 자질로는 좌표 설정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좌표를 설정할 수 있어야 방향성을 알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며 “스스로 ‘사회에 도움이 돼야겠다’, ‘지성을 보여야겠다’는 목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회와 연결 지은 목표 설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그러면서 “협동과 책임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며 “가치관을 통일시키기 어렵지만, 가능한 가치관을 맞춰갔을 때 이 사회에 지성이 갖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재에게 필요한 또 다른 능력으로는 ‘디자인 능력’을 꼽았다. 최 회장이 강조하는 디자인 능력이란 “상황이 주어졌을 때 문제를 정의하고 필요한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해서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밸류 시스템이 경제, 즉 돈을 만지는 데 집중돼 있지만 미래에는 사회문제를 풀어나가는 데에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그 미래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이 인재”라고 했다. 이어 “현재까지의 획일적인 대학 교육은 더는 의미가 없고, 각자 색깔을 낼 수 있는 형태로 가보려고 한다”며 “인공지능(AI) 시대는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사회 시스템은 바뀔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최 회장은 이날 학부생 대상 교육연수 프로그램인 ‘인재림’을 자신의 새로운 디자인 프로젝트로 소개했다. 고등교육재단은 미래 인재 콘퍼런스에 이어 창립 50주년 비전 선포식을 진행하고 재단의 향후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고등교육재단은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이 인재 양성을 강조하며 1974년 설립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인재를 키운다’는 신념으로 인재 양성을 강조했다. 50년의 세월을 거치며 947명의 박사 학위자를 배출하고 5000명이 넘는 인재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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