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지영이 2018년 평양에 방문해 김정은 앞에서 공연했던 일화를 공개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MBC 예능 ‘라디오스타’는 ‘언니 더 파워업’ 특집으로 꾸며져 백지영, 정치학 박사 김지윤, 송가인, 이사배가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백지영은 과거 북한에서 ‘총 맞은 것처럼’을 불렀던 이야기를 꺼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그는 조용필, 최진희, 이선희, 강산에, 윤도현 밴드, 정인, 알리, 그룹 레드벨벳, 소녀시대 서현, 피아니스트 김광민 등과 함께 남한예술단에 포함돼 무대를 꾸몄었다.
백지영은 “북측에서 노래를 정해주셔서 ‘총 맞은 것처럼’, ‘잊지 말아요’ 두 곡을 불렀다”며 “그 전에 누가(장성택) 처형을 당했다는 기사가 났었다. 그래서 ‘왜 이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한 걸까’ 싶어서 너무 무서웠다. 그런데 안 하겠다는 말을 더 못 하겠더라”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의외로 당시 공연 분위기는 걱정과 달리 아무렇지 않았다고.
또 백지영은 사진 찍다가 소름 돋았던 적도 있다고 말해 궁금증을 모았다. 그는 “공연하는데 그 자리에 김정은이 온다는 얘기가 없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거다. 그래서 스태프들과 매니저들도 오면 안 된다고 연예인들만 일렬로 줄을 세웠다. 수행원들이 갑자기 연예인들을 데리고 어디를 가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불안한 마음으로 갔는데 김정은, 리설주 부부가 와있더라. 공연 잘 봤다고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어야 했다. 앞 1열은 앉아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때 김정은이 ‘나도 앉아야 된단 말이냐’라고 하더라. 찍으려던 사람도 덜덜 떨었는데 혼자 너털웃음 짓더라. 나름 농담한 거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백지영은 당시 김정은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방송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 가수들과의 마찰은 없었냐는 질문에 “기싸움 비슷한 게 있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공연 전날 부르자고 하더라. 리허설 했는데 그분들은 성악 베이스로 4성부가 있다. 저희는 대중 가수고 맞춰본 적이 없으니까”라며 “이선희 언니가 화가 났다. 그래서 저랑, 정인이, 알리 불러놓고 화성 짜오고 코러스 연습하라고 하더라. 그날 밤 제 호텔 방에서 모여서 화음 쌓았다”고 회상했다.
또한 현송월 등 북측 가수들과의 뒤풀이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마지막 날, 새벽 비행기 타기 전까지 술을 마셨다고. 백지영은 “40도 평양소주에 16도 대동강 맥주를 폭탄주로 먹었다. 기억이 없다. 저희 팀에 술 마실 사람이 별로 없어서”라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어 “저하고 (윤)도현이 오빠가 총대를 메고 마셨다. 되게 의미있는 자리였다. 술 마시면 사람들이 풀어지지 않나. 제가 현송월보다 언니라는 걸 알고, 둘이서 언니 동생 하기로 했다. 동영상 보면 내가 ‘송월아’ 그러고 (현송월은) ‘언니’ 이러고 있더라”라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딱 술자리에서 만나니까 좋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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