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대 정원 타협점 못 찾아 휴지기 가져”
의료계 “정부 입장 고수에 절망” 참여 중단
‘크리스마스 선물’을 공언하며 야심차게 닻을 올린 여·의·정 협의체가 1일 끝내 좌초했다. 네 차례 회의가 진행됐지만 의료 대란의 핵심인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두고선 정부·의료계가 내내 평행선을 달리다 결국 파행을 맞이한 것이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전공의 및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여·의·정 협의체 4차 회의가 국회에서 이뤄졌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2025·2026년도 의대정원을 둘러싸고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국민의힘 측 대표로 참석한 이만희 의원은 협의체 회의를 마치고 “의료계 쪽에서 25년도 의대정원의 변경을 지속해서 요청해 왔지만, 입시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참 어려운 요구”라며 “여·야·의·정 협의체 대표들은 당분간 공식적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여당 측은 협의체가 휴지기에 들어간다고 밝혔으나, 의료계 측은 정부·여당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하며 ‘협의체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이날 회의 브리핑을 통해 “입시 일정이 진행되고 있는 급박한 현실에서 유연한 정책 결정을 통해 사태 해결 의지를 보여 달라고 간절히 요청했으나, 정부는 어떤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다”며 “한 치도 물러나지 않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일간 4차례의 회의 동안 협의체는 대통령실 직속 의료개혁특위(의개특위) 구성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자율성 보장 문제 등 일부 논의에서 접점을 찾았지만,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두고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왔다. 이날 협의체의 성과를 둘러싸고도 정부·여당 측과 의료계 측의 온도는 사뭇 달랐다.
정부·여당은 협의체를 통해 의료계와의 대화 물꼬를 트고, 일부 논의의 접점을 찾는 과정에서 의·정 간 무너진 신뢰를 회복했다는 점을 성과로 꼽았다. 이 의원은 브리핑에서 “의평원 자율성 보장 등에 대한 공감대가 일부 형성돼 의평원 관련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의 변경은 당분간 중지하기로 협의했다”며 “의개특위 개편 및 논의에 대해 의료계 의견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화를 시작해 불신의 벽을 조금이라도 무너뜨리고, 신뢰를 형성해 나가는 좋은 출발을 했다”고 전했다.
반면 대한의학회장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 등이 참석한 의료계 측은 여전히 “신뢰 회복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이 학회장은 협의체 성과로 ‘조건부 없는 의대생 휴학 승인’과 ‘의평원 자율성 보장 문제’ 등을 꼽으면서도 재차 정부·여당의 진정성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날 의료계는 여당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의료계가 협의체 참여를 전격 중단한 것은 의료계 내부 반발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협의체가 지난 세 번의 회의 동안 의료계가 요구한 내년도 의대 정원 축소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다, 최근 국민의힘이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의료계에서는 ‘협의체 무용론’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는 의대 교육환경 파탄을 막을 대책은 만들지 않으면서 ‘알리바이용’ 협의체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이들 단체에 협의체 탈퇴를 공개 요청하기도 했다.
여·의·정 협의체 중단으로 의·정 간 대화는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다. 의협 비대위가 대화의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지만, 비대위 또한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되기 전까지만 활동하기 때문에 당장 협상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의협회장으로는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수호 전 의협 회장, 최안나 의협 대변인 5명이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이들은 2일부터 후보 등록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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