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도 참석
佛, 아직 대통령 아닌데도 파격 예우
“지금 세상이 조금 미쳐가는 것 같다(The world is going a little crazy right now).”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퇴임 후 약 4년 만에 국제 무대에 복귀하며 내놓은 일성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의 전쟁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1기 집권기 내내, 그리고 올해 대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외친 트럼프가 그의 표현대로 “미쳐가는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미국이 적극 개입하는 쪽으로 선회할 것인지 주목된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보도 전문 채널 ‘프랑스24’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프랑스의 관광 명소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행사 참석을 위해 파리를 방문했다. 2019년 4월 화재로 크게 훼손된 대성당은 5년 7개월 가까운 복구 공사 끝에 이날 재개관식을 가졌다.
트럼프는 먼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엘리제궁부터 방문했다. 그는 아직 정식 대통령이 아니고 당선인 신분에 불과하지만 마크롱은 여느 국가원수보다 훨씬 더 극진히 영접했다. 트럼프와 악수를 나눈 마크롱은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참석해주셔서 큰 영광”이라고 인사했다. 이에 트럼프는 “우리는 마크롱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함께 일하며 정말 큰 성공을 거뒀다”는 말로 화답했다. 이어 “지금 세상이 조금 미쳐가는 것 같다”며 “우리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엘리제궁 안으로 들어간 뒤 얼마 안 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착했다. 트럼프가 “미쳐가는 세상”이라고 언급한 것이 어느덧 3년이 다 되어 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크롱이 주재하는 가운데 트럼프와 젤렌스키까지 참여한 3자 회의가 열렸다. 트럼프 당선 이후 젤렌스키가 그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에서 무슨 논의가 있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젤렌스키는 3자 대면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언제나 그렇듯이 단호하다”는 말로 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우리 모두는 이 전쟁이 가능한 한 빨리 정의로운 방식으로 끝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대선 선거운동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내가 취임하면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 방법에 관해선 함구로 일관해 국제사회는 트럼프의 해법이 과연 무엇일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후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이동한 3인은 재개관식에 참석했다. 미국 행정부를 대표하는 공식 축하 사절단장으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함께했다. 이밖에 윌리엄 영국 왕세자,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등 정상급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에 내정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트럼프의 수행원 자격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노트르담 재개관 기념식장에서 트럼프는 마크롱과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 사이에 앉았다. 아직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인데도 최고 수준의 의전으로 예우한 것이다. 질 여사의 좌석은 브리지트 여사 옆에 마련됐다. 브리지트 여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질 여사가 트럼프와 대화를 나누는 광경이 포착되기도 했다. 2025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적폐청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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