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모리슨의 말’(마음산책)은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작가 토니 모리슨(1931∼2019)의 인터뷰집이다. 모리슨이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의 생애 첫 인터뷰(1973년)부터 타계 1년 전 남긴 마지막 인터뷰(2018년)까지 총 여덟 편의 대화가 담겼다. 작가는 이들 인터뷰에서 결코 평탄하지 않았던 삶을 비롯해 단단하게 구축해온 인생관과 가치관, 문학세계 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푸른 눈동자를 갖고 싶어 하는 흑인 소녀 이야기를 담은 ‘가장 푸른 눈’, 자녀들이 노예로 끌려가는 걸 보느니 차라리 죽이기로 마음먹은 탈주 노예 여성 이야기 ‘빌러비드’ 등 그의 소설은 어디에도 뚜렷이 기록되지 않거나 지워진 존재를 찾아내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주피터’나 ‘매리’가 방으로 들어왔다, 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깜둥이’, ‘노예’, ‘흑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언제나 수식어가 필요했던 것이죠. 수식어는 지울 수 있습니다. 윌라 캐더가 ‘사피라와 낸시’라고 했다면 전혀 다른 책이 됩니다. 전략도, 권력 구도도 달라집니다. 하지만 캐더는 ‘사피라와 노예 소녀’라고 했습니다. 제목에서 소녀는 이름이 없습니다.”(74쪽)
특히 가장 친밀하고 진실한 방식으로 흑인들 이야기를 쓰려 애썼다. 하지만 흑인을 무조건 영웅적이거나 아름답게 그리려는 풍조에 저항했고, 양자택일의 각본을 따르지 않았다.
“‘백인들은 꺼지라’는 식의 책이 속속 나오던 시절이었어요. ‘백인 꺼져’ 운동은 여러 공격적인 주제를 아우르고 있었는데 하나는 ‘흑인은 아름답다’였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저건 또 뭐지? 누구 들으라고 하는 말이지? 나? 내가 아름답다고?’ 그런 다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죠. ‘잠깐만 있어봐. 나의 아름다운 흑인 여왕님이 어쩌고 하기 전에 현실이 과연 어땠는지 내 말을 한번 들어봐!’(160쪽)
그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의 진영에 자리를 잡고 상대편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가장 진실한 방식으로 흑인 이야기를 쓰는 것이었다.
그가 미국 사회를 향해 일갈한 육성은 한국의 현실에도 울림을 준다. “오늘날의 분열은 안타깝습니다. ‘이쪽 아니면 저쪽’이라는 양자택일의 언어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요. (중략) 이 나라에서는 대립하는 삶의 방식들이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을 언제나 받아들이기 힘들어해요. 사람들은 언제나 편을 먹고 싸움터를 마련합니다. 상대편을 죽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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