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일단 정치 불안으로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도 1%대 저성장이 예고되는 등 경제 여건은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달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2기 출범과 맞물려 수출 하방압력이 높아지는 등 지난 두 번의 탄핵 심판 국면과 달리 대외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간 경제정책 분야에서 ‘정치’가 실종됐다면서 향후 여당·정부가 야당을 존중하며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등 당면 현안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10월 증가폭(1.2%)보다 1.7%포인트 올랐지만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두 번째로 낮았다. 승용차 판매량과 백화점 카드승인액도 각각 1.7%, 5.5% 감소하는 등 상품 소비는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는 계엄사태 이후 첫 경기진단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포함됐던 ‘경기회복’ 문구는 14개월 만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점은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무디스레이팅스가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정치적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 성장 둔화, 어려운 지정학적 환경 등 수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부 능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등 여러 신용평가사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을 위험요인으로 거론한 바 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주식 시장이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도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환율 변동성도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악재로 가득하다는 지적이다. 먼저 지난 두 번의 탄핵 국면에서는 대외적으로 우호적인 상황이 전개돼 충격이 흡수됐지만 지금은 오히려 상반된다는 분석이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일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 보고서에서 이번 상황은 과거 탄핵 사례와 다르다고 분석했다. 탄핵안이 의결된 2004년과 2016년에는 각각 중국의 경기 호황과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라는 호재가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 보호무역주의로 ‘외부 역풍’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장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1월20일 출범하며 대대적인 관세 인상을 예고하고 있지만 우리는 12·3 계엄사태에 따른 정치적 혼란으로 적기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이번 정치적 혼란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현재 한국 경제에는 ‘저성장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상태다. 한국은행은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1.9%로 하향 조정했고, 골드만삭스도 1.8%로 제시하며 하방 가능성을 강조하는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평가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을 1.7%로 제시하며 종전 전망치(2.2%)보다 0.5%포인트 내려 잡기도 했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올해보다 부정적으로 예측된 고용시장이 추가로 타격을 받는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해 18만명에서 내년 14만명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그간 야당을 배제한 상태에서 경제 정책이 마련되는 등 경제적 측면에서도 ‘정치’가 실종됐었다면서 이제는 여·야·정부가 원만한 협치를 통해 경제 안정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까지는 (정부가) 야당을 배제한 정책을 한 측면이 있다. 야당이 요구하는 것은 들어주지 않고, 야당은 거기에 예산삭감으로 대응한다든지 정치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탄핵이 됐다는 측면도 있다”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새로운 일을 벌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트럼프 2기 대응이라든지 추경 편성 등 중요한 현안은 여당, 야당, 정부가 협의해 가면서 무리 없이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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