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그제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 발족을 놓고 여야 간 샅바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여·야·정이 참여하는 민생협의체 성격의 기구 발족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누가 주도하느냐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여전히 여당”이라며 이 대표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 그러고는 향후 당정협의를 통해 국정을 수습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권 원내대표의 국정협의체 참여 거부는 국민을 실망하게 했다. 지금은 국가 위기 상황이다. 누가 여당이고 야당인지 가리자며 주도권 다툼을 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 직무정지로 인해 이제 국회만이 국민이 직접 선출해 권력을 위임한 기관으로 남았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 여야가 종전처럼 힘겨루기에만 골몰한다면, 국정 혼란 수습은 불가능하다. 국민의힘이 여전히 여당임을 자임한다면, 여야 간 협력 체제 구축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마땅하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 필요하다. 한동훈 대표 체제가 붕괴한 만큼 서둘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하루빨리 민생협의체에도 참여해야 국민이 안심할 것이다.
이 대표는 어제 국정안정협의체에 국민의힘의 참여를 재차 당부했다. 이 대표는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도 좋고 이름이나 형식, 내용이 어떻게 결정되든 상관없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정략적 탄핵 남발과 무리한 감액 예산 일방 처리로 여야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런 만큼 민주당은 좀 더 절제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역지사지해야 한다. 정국의 키를 쥐게 됐다고 해서 “국민의힘은 더는 여당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윽박질러 놓고는 협력을 당부하면 누가 말을 듣겠는가.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에도 정치권 전체가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던 전례가 있다. 가뜩이나 민생경제가 어려운 터에 비상계엄 사태로 국민의 불안감이 커져 있다. 우리 경제는 계엄 사태 이전에도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등이 겹치면서 내년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신속하게 민생경제 회복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안보 환경의 급변에 대처하는 것도 시급하다. 여·야·정이 합심해야 이런 과제들에 대해 차질 없이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