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넬 특사, 대북 전략 담당 전망
정용진, 트럼프와 회동 가능성
트럼프 주니어 초청 마러라고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연일 시사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속 ‘한국패싱’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외교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비상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이 소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의 미국 방문도 정해진 것이 없다. 이날 국무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한 총리의 방미나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 계획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를 대통령 특사로 지명한 트럼프 당선인은 다음날에도 김 위원장과 잘 지내고 있다며 친분을 강조했다. 그리넬 특사는 트럼프 1기 집권 당시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지지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국제대학원)는 “트럼프 1기 때보다 핵 능력 면에서 더 강력해진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에 위협만 되지 않으면 괜찮다는 생각이 있다”며 “트럼프 측이 김 위원장을 굉장히 만나고 싶어할 것이란 의미이고, 그리넬을 특사로 임명한 것이 그렇게 하겠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측을 상대하기에 대통령 부재 상태인 한국은 외교적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모든 것을 거래 비용적으로 대하는 트럼프 입장에서 금세 없어질 권한대행을 실질적 파트너로 생각할 가능성은 낮다”며 “당연히 새로 들어오는 정부 인사랑 대화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한국이 이방인으로 추락하고, 우리 운명을 미국과 북한에 맡기게 되는 것”이라며 “대행 정부가 윤석열정부의 대북 강경책에서 빨리 벗어나 플랜B를 갖고 미국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주어진 상황에서 가능한 최선의 조치는 실무적으로 빠르게 인적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 시점에서 확정된 컨택 포인트인 알렉스 웡(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그리넬 특사 등은 한국에서 접촉한 관계자들이 꽤 있기 때문에 적절한 인맥과 기업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김홍균 1차관 주재로 ‘미국 신 행정부 대외정책 태스크포스(TF)’ 출범회의를 열었다.
이런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이날(현지시간)부터 오는 19일까지 트럼프 당선인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트럼프 당선인도 마러라고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 회장과 트럼프 당선인의 회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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