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장·반기업 입법폭주 멈춰야
내란 특검법은 위헌요소가 관건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가 어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통과시킨 양곡관리법 등 농업4법과 국회증언감정법(증감법) 등 6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 고건 전 총리 이후 두 번째다. 한 권한대행은 6개 쟁점 법안의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하면서 거부권 행사의 타당성을 역설했다. 야당의 반발 등 거부권 행사의 후폭풍에 대한 부담이 작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한 권한대행의 농업4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시장 기능 왜곡으로 인한 쌀 등 특정품목의 공급과잉과 막대한 재정부담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다. 쌀값이 급격하게 내려갈 경우 정부가 남는 쌀을 매입해 줘야 하는 양곡관리법은 공급과잉을 고착화하고 매년 1조원 이상의 재정을 축내게 한다. 이래서 과거 민주당 정부도 반대했던 것 아닌가. 쌀 외에 다른 농작물 가격이 기준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농수산물가격안정법도 농사짓기 편하고 보장 수준이 높은 작물의 생산편중 현상을 부추길 게 뻔하다. 국가재정은 외면한 채 농민 표만 의식한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걸 모를 리 없다.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국회법 개정안과 기업기밀 유출 가능성이 큰 증감법 개정안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명백한 입법권 침해”라면서도 탄핵 강행은 고심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내란 일반특검 처리까지 지켜보자는 기류가 우세하다고 한다. 탄핵에 따른 국가신인도 하락과 무정부 상태 초래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두려울 것이다. 비상계엄·탄핵 사태로 인한 국정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야당의 반시장·반기업 정치쇼는 멈춰야 한다.
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내란 일반특검에 대한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막으려면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하는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는 게 먼저다. 앞서 증감법에 대한 재검토를 약속했던 것처럼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턱대고 탄핵 운운하면서 입법폭주에 나선다면 민심의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 국가 경제와 재정 건전성에 대해 무관심하면 수권정당 자격이 없다. 책임 있는 원내 1당이라면 국정 발목 잡기가 아니라 정부·여당과 머리를 맞대고 국정 혼란의 수습에 혼신의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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