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오늘 본회의를 열어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표결에 부친다. 마, 정 후보자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했고 조 후보자는 여당인 국민의힘의 추천을 받았다. 재판관 충원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불참하더라도 민주당 등 야당들의 찬성만으로 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는 세 후보자의 국회 선출 절차가 완료되는 즉시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려면 2개월 넘게 재판관이 6명뿐인 헌재의 파행 운영을 끝내고 ‘9인 체제’부터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에는 재판관 9명 모두 심사에 참여해 63일 만에 결론을 내렸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은 심리 도중 재판관 1명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 남은 8명이 협의해 91일 만에 결정을 선고했다. 지금 같은 ‘6인 체제’로는 재판에 오랜 시일이 걸리고 그만큼 국정 공백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결정의 신뢰성이다. 재판관 6명이 탄핵 찬성 5 대 반대 1로 갈려 기각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에 수긍할 국민이 몇이나 되겠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는 재판관 임명권이 없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헌재 등 법조계와 헌법학계에선 ‘국회 선출 재판관의 경우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 대세다. 최근 대법원은 국회에 낸 의견서에서 “권한대행이 신임 대법관을 임명하더라도 헌법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관과 대법관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여당의 불가론은 헌재의 탄핵·파면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는 것을 막거나 어떻게든 늦추려는 꼼수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양대 사법기관의 견해를 수용해 억지 논리를 거둬들이길 바란다.
여당이 재판관 임명은 물론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 내란 특검법안에 모두 강경히 반대하는 만큼 한 권한대행으로선 고심이 깊을 것이다. 하지만 재판관 임명은 이른바 ‘쌍특검’과는 전혀 별개 사안이다. 위헌 가능성이 제기되는 쌍특검과 달리 재판관 임명은 헌법상 아무런 흠결도 없어 보인다. 지금 국민이 가장 원하는 것은 헌재의 신속하고 공정한 판단이다. 재판관 임명에 반대하는 이들은 ‘9인 체제’ 헌재가 내린 결정만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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