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연일 고점을 뚫으며 1480선을 넘어섰다. 한 때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을 넘어 이제 1500선까지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달러 강세 요인도 있지만, 원화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오전 11시5분 기준 전날보다 12.9원 오른 달러당 1482.1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2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달러 자체가 강한 부분, 그리고 원화 자체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부분 이 두가지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미국 경기 성장 호조...글로벌 '강달러' 지속
먼저 강달러의 가장 큰 요인은 미국 경기가 좋은 영향이 크다.
경기 성장성이 좋아 수요가 강해지면서 물가 압력이 잘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른 나라들은 금리 인하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과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관세부과 등 자국우선주의 경제 정책을 강조해온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강달러를 더 가속화하고 있다.
오 단장은 "글로벌 추세가 강달러로 자리잡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 가치 떨어지는 원화...尹 계엄 후 불경기 탓
문제는 원화 가치 자체가 떨어지는 경우다.
12·3 비상계엄 이후 해소되지 않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환율 급등세에 기름을 부었다. 이 때문에 소비경기, 기업 경기도 나빠지고, 우리나라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원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 단장은 "26일 기준 위안화가 200원 위로 올라와버렸고, 유로도 1250원 넘고 엔화도 930원 넘었다. 원화만 유독 약세를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정치적 불안과 함께 실물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강한 부분에 대해 경계감을 나타낼 필요 있다"고 덧붙였다.
원·위안 환율이 200원을 넘은 것은 지난 2022년 10월 14일(200.27원)이 마지막이다. 약 3년 2개월만에 원·위안 환율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우리 증시는 비상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 행렬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27일 코스피는 오후 11시5분 현재 전날보다 30.14(-1.24%) 내린 2399.53을 기록 중이다.
◆ 기업 체감경기, 코로나 이후 최악…정치불안·환율상승 탓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코로나19 이후 가장 좋지 않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2월 기업경기 조사(11∼18일)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4.5포인트(p) 낮은 87.0으로 집계됐다.
12월 CBSI 87.0은 코로나19 대유행 첫 해인 2020년 9월(83.0) 이후 가장 낮다. 또, 12월 하락 폭(-4.5p)은 2023년 1월(-5.6p) 이후 최대 기록이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 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다. 장기(2003년 1월∼2023년 12월) 평균(100)을 웃돌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 반대로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경기를 부양하려면 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환율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다.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원화 약세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환율 급등세와 관련해 “한 방향으로 쏠림 현상이 과도하게 나타날 경우엔 단호하게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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