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세 번째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과 25일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3번 정도 출석 요구 이후 강제 신병확보에 나서는 수사 관례에 따라 공수처는 구인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무색하다.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공소장을 보면 충격적이다.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국회 문을 부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 “계엄 해제해도 2번, 3번 계엄령을 선포하면 된다”고 지시한 혐의가 드러났다. 체포의 ‘체’자도 꺼낸 적이 없다던 기존 해명과 정면 배치된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법에 내란죄 수사권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위법성’ 주장을 고수하며 소환에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공수처는 직권남용 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공수처법 제2조를 내세워 내란 혐의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내란 중요 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구속한 전례도 있다. 윤 대통령의 공수처 소환조사 거부는 대통령직을 방패 삼은 명분 없는 버티기가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과 21일 검찰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앞서 내란죄 수사권을 가진 경찰 수사도 거부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계엄 국무회의 참석·배석자 12명 중 9명에 대해선 조사를 마친 상황이다. 공수처, 검찰, 경찰 조사를 모두 거부한다면 수사 자체를 받지 않을 작정인지 윤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 측이 소환 불응 사유로 제시했던 수사기관의 중복조사 문제도 검찰과 경찰이 사건을 공수처로 넘기면서 해결되지 않았는가.
윤 대통령의 출석 요구 불응은 공수처의 절차적 정당성과 체포 명분만 쌓아줄 뿐이다. 법조인 출신의 윤 대통령이 소환 요구에 불응하는 건 국가 사법 질서를 무시하는 처사다. ‘수사보다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이라는 변명은 구차할 따름이다. 시간 끌기로 지지층을 결집해 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거짓을 일삼고 수사를 외면할수록 국민의 공분만 커진다. 당초 약속대로 조속히 수사에 응해 계엄 사태 전말을 소상히 밝히고 법적 책임을 지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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