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의 권한대행 민심 뒤숭숭
항공 안전 선진국 명성에도 금 가
승객과 승무원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어제 전남 무안공항 착륙 도중 외벽과 충돌해 폭발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폭발과 함께 커다란 화염에 휩싸였던 기체는 꼬리 날개 부분만을 남기고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소방당국은 생존자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여객기가 대규모 사상자를 낸 첫 사례이다. 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방콕으로 떠났던 가족 여행객들이 참변을 당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발생한 최악의 여객기 참사여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고 직전 촬영된 제보 영상에서는 여객기 오른쪽 엔진 부분에서 화염이 일어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바퀴도 없이 지상으로 내려온 여객기는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빠르게 활주로를 미끄러지다 담벼락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소방당국도 여객기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과 유압계통에 고장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활주로 담벼락에 충돌한 것으로 추정했다. 모든 항공기 사고가 그렇듯 원인 규명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겠지만 조류 충돌 탓인지, 기체 결함인지를 면밀히 따져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사고 수습에도 빈틈이 없어야겠다. 가뜩이나 비상계엄·탄핵사태 여파에 따른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로 민심이 뒤숭숭한 상황이다. 여기에 항공기 추락사고까지 덮쳤으니 국민적 우려와 불안감이 작지 않다. 사고 수습의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 자리마저 공석이 아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무안군청에서 2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모든 관계 기관이 협력해 구조와 피해 수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뒤 신속하게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그나마 다행이다.
국제사회도 이번 사고에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외신들은 한국이 비상계엄·탄핵사태로 촉발된 거대한 정치적 위기 속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며 관련 뉴스를 긴급 타전했다. 안타깝지만 항공 안전 선진국 명성에도 금이 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만회하려면 정부는 국제선은 물론, 국내선의 전 운항과정을 다시 한 번 정밀점검하기 바란다. 항공사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가동해 구호와 보상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계엄으로 실추된 국격을 더는 떨어뜨리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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