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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골수검사 허용’ 판결 영향 주목해야 [알아야 보이는 법(法)]

입력 : 2024-12-30 13:00:00 수정 : 2024-12-29 21: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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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최근 “간호사의 골수검사 시행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골수검사는 혈액암 등의 진단을 위해 뼈에 바늘을 삽입해 조직을 채취하는 침습적 의료행위로, 그동안 의사만이 수행할 수 있다고 여겨져 왔다. 이번 판결은 의료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1심과 2심 법원은 “골수검사가 고도의 침습적 의료행위이므로 의사만이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숙련된 간호사가 의사의 일반적 지도·감독하에 수행할 수 있는 ‘진료의 보조행위’라고 보았다. 다만 환자의 상태가 위중하거나 합병증 위험이 높으면 의사가 직접 입회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골수검사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 자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환자의 개별적 상태 등에 비추어 위험성이 높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 아래 자질과 숙련도를 갖춘 간호사가 시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의사의 업무 부담이 경감될 수 있는 여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의사가 모든 의료행위를 전담해야 한다는 인식은 특히 전문의와 간호 인력 사이의 업무 분담에서도 문제가 돼왔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확대되면 의사는 보다 중요하고 전문적인 진료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문간호사의 역량도 좀 더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령상 13개 분야로 구성된 전문간호사가 되려면 주로 대학원 석사 과정으로 진행되는 2년 이상의 교육과 3년 이상의 임상 경력을 거쳐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전문간호사 인력을 적절히 활용하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환자의 안전이다. 골수검사는 비록 위험성이 낮다고는 하나 여전히 침습적 의료행위이며, 간호사의 숙련도에 따라 의료 사고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는 무면허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사고의 위법성 여부로 판단해야 할 수 있고, 그러한 판단 대상에서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일반적인 지도·감독’의 기준이 모호해 구체적인 기준 없이는 현장의 혼란이 우려되며, 그러한 기준 마련에 대한 법적 근거도 필요하다.

 

간호사에게 과도한 업무가 부여되면 오히려 의료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은 의료 현장에 필요한 인력이 어느 정도인지와, 그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현재의 의료비 체계에서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와도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수립과 법적 근거, 의사의 지도·감독 방식에 대한 구체적 기준 정립, 침습적 행위를 수행하는 간호사의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검증하고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의료 사고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 등이다.

 

이번 판결은 의료계에서 새로운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되 직역 간 갈등이나 불명확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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