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송년 회식 약속 미루고
학교 졸업식선 기념 공연 취소도
세월호 유족 “형언할 수 없는 아픔”
문화예술계도 추모 메시지 전해
가수 김장훈 ‘순천 콘서트’ 취소
서울시, 31일 시청서 분향소 열어
‘한강 불꽃축제’ 강행한 업체 사과
179명의 탑승객이 숨진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의 충격으로 사회 곳곳에서 추모 분위기가 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은 준비했던 연말 행사와 일정을 취소했고, 시민들도 모임을 줄이고 애도의 시간을 갖고 있다. 1월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되면서 1월1일 타종 행사도 축소될 예정이다.
서울시가 이달 13일부터 진행 중인 ‘2024 서울윈터페스타’는 다음달 4일까지인 국가애도기간에는 축소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새해맞이 행사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매년 개최해 온 ‘제야의 종 타종행사’는 공연을 취소하고 간소하게 치르기로 했다. 광화문에서 선보이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 ‘서울라이트 광화문’에는 애도의 메시지를 담아 축소 진행한다. 시는 참사 희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를 31일부터 5일간 서울시청 본관 정문 앞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문화예술계에서도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가수 김장훈은 당초 전남 순천에서 전날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가수 임영웅과 성시경은 같은 날 예정된 공연을 진행했으나, 관객들과 함께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영화 하얼빈과 보고타의 방송 인터뷰 등 홍보 일정이 중단되는 등 영화계 행사도 잇따라 취소됐다.
체육계도 추모의 메시지를 전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황소’ 황희찬(28?울버햄프턴)은 이날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9라운드에서 전반 7분 선제골을 터뜨린 뒤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황희찬은 동료들과 잠시 기쁨을 나눈 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잠시 서서 묵념했다. 그는 경기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기 직전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적었다.
경제단체들도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무안공항 사고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깊은 애도를 표한다. 불행한 사고가 조속히 수습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경제계도 안전한 사회구현을 위한 노력과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SK그룹과 LG는 사옥에 조기를 게양했다. 롯데물산은 이날부터 내년 1월4일까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애도 조명을 점등한다.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온라인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졸업식을 앞둔 학교에서도 기념 공연을 취소하는 모습이다. 경기 지역의 한 학교 교사는 “국가애도기간이라 아이들의 졸업식 공연도 취소됐다”며 “애도기간이 발생하지 않는 게 최선인 만큼 이런 참사가 재발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탄핵 국면으로 그러지 않아도 뒤숭숭한 분위기에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이어지자, 송년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박모(31)씨는 “계엄 사태에 이어 큰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까지 겹치며 연말 회식이 취소됐다”며 “놀 분위기는 아닌 거 같아 친구들과의 약속도 미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연대와 애도도 이어졌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4·16재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세월호 참사 이후 이런 참사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랐지만, 어제의 제주항공 비행기 참사를 겪으며 형언할 수 없는 가슴 아픔을 느꼈다”며 “정부, 자치단체, 유관 기관은 최선을 다해 피해자들을 돕고, 모든 과정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안위와 인권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도 “희생자 수습과 피해자 지원 등 참사 대응과 수습 전 과정에 소홀함이 없도록 정부 관계 기관 간 협력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참사 당일 서울 여의도 인근 한강 선상에선 불꽃놀이 축제가 열리며 빈축을 샀다. ‘2024 한강 페스티벌 겨울’ 행사 중 하나로 한강음악불꽃크루즈 행사가 열렸는데, 주최 측인 현대해양레저가 시의 취소 요구에도 이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최 측은 논란이 일자 “너무 급작스러운 상황이라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시는 이날 6개월간 유람선 운항 금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