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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중 호전돼 친구들과 여행 떠난 50대 ‘비극’ [제주항공기 무안 참사]

입력 : 2024-12-30 18:57:53 수정 : 2024-12-30 22: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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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사연들

방콕서도 가족 집안일 신경 써
한국인과 결혼한 태국 40대 女
홀로 친정 다녀오다 참변 당해
일 때문에 항공편 바꿔 탄 50대
늦깎이 신혼여행 가족 못 돌아와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대부분은 크리스마스 등 연말을 맞아 가족·동료·지인들과 태국을 방문한 단체여행객이어서 참담함을 더했다.

3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179명의 사망자 중 한 명인 50대 어머니는 1년여 동안 위암 투병을 한 뒤 건강 상태가 호전돼 친구들과 방콕 여행길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여행 중에도 15세, 22세 남매 자녀와 집안일에 관심을 끊지 못했다.

슬픔에 잠긴 유족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틀째인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서 유가족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위로하거나 눈물을 훔치고 있다.
무안=이재문 기자

여행 이틀째인 27일 ‘아들~ 엄마 아는 언니가 제주에서 귤 보낸 거 문 앞에 도착했대’라는 소식을 전했고 ‘밖에 계란 왔대’, ‘필요한 거 있니?’라며 집안일에 공백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고 한다. 남매는 사고 당일인 29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고 친척의 차를 얻어 타고 다급히 무안공항으로 달려왔지만, 사망자 명단에 어머니가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오열했다.

탑승자 중 최연장자인 전남 영광군 군남면 80세 주민은 팔순잔치를 위해 영광에 사는 자녀 3명과 친인척 5명과 함께 태국 여행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 여객기로 바꿔탔다가 변을 당한 탑승객도 있었다. 광주에서 사업을 하는 50대 남자는 지인 몇명과 함께 지난 25일 방콕을 갔다. 하지만 여행 도중 사업으로 인해 갑자기 일정을 취소하고 서둘러 귀국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는 결국 당일 밤 시간대 귀국을 위해 사고 여객기로 항공편을 바꿔탔다가 변을 당했다. 또 광주에 거주하는 한 부부는 신혼여행을 가지 못한 게 숙제로 남아 이번에 3세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해외여행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여객기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기를 이용하려다 우여곡절 끝에 탑승하지 않아 참사를 면한 이들도 있다. 전남에서 모임을 하던 일행은 25일 대한항공을 타고 방콕으로 여행을 갔다가 이른 귀국을 위해 29일 새벽 시간대 항공편 좌석이 있는지를 알아봤다. 일행을 수용할 만큼의 좌석이 남아 있는 항공편이 있었는데 바로 이번 사고기인 제주항공 7C2216편이었다. 하지만 “저가항공은 좌석이 좁아 불편하다”는 의견과 “인천공항에서 광주로 가는 고속버스도 이미 예약해 항공편을 바꾸면 손해”라는 의견이 더해져 일행은 좌석이 넓고 편리한 다른 항공기로 갈아탔다.

태국인 희생자 2명 중 1명은 전남 나주시 문평면 이장의 부인(45)으로 파악됐다. 그녀는 3년 전 마을 이장과 결혼한 후 오랜만에 홀로 친정을 다녀오다 참변을 당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심성이 워낙 곱고 성실해 신망이 두터웠다”며 “모처럼 친정을 방문한다며 아이처럼 기뻐했는데, 이런 변을 당해 안타깝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태국인 희생자 22세 여성은 방콕의 한 대학 항공경영학과 4학년 학생으로 졸업을 앞두고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 살고 있는 모친을 만나기 위해 이날 한국행에 올랐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안=김동욱·이예림 기자,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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