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조치 뒤 정상 작동했지만
안전점검 위해 대체항공편 투입”
당국 “가동률 등 준수 여부 볼 것”
철새도래지 4곳 둘러싼 무안공항
조류 퇴치 인력 4명… 전국 최소
교대 근무로 사고 당시 2명 근무
179명이 숨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하루 만에 사고 항공기와 동일한 기종의 제주항공 여객기에서 ‘랜딩기어’ 이상이 발견돼 정상적으로 운항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랜딩기어는 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를 뜻하는 말로, 무안공항 참사 당시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37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행 제주항공 7C101편(B737-800 기종)은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서 이상이 발견됐다. 해당 기종은 전날 참사가 벌어진 기종과 같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륙 직후 6시57분쯤 (랜딩기어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가 감지됐고, 즉시 해당 편 기장은 지상 통제센터와 교신했다”면서 “별도 추가 조치를 통해 (랜딩기어가) 정상 작동됐지만, 기장이 안전 운항을 위해 회항해서 점검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해 김포공항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해당 항공편에 탑승한 161명 승객에게 랜딩기어 문제에 따른 기체 결함을 안내한 뒤 회항해 오전 7시25분에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회항 이후 승객 21명은 불안하다는 이유 등으로 탑승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나머지 승객을 대체편으로 옮겨 타도록 하고 오전 8시30분 다시 제주로 출발했다.
비행 중에 랜딩기어에 이상이 생기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있었던 항공 사고의 53%가 랜딩기어 이상 등에 따른 착륙 과정에서 발생했다.
737-800 기종에서 연이어 이상이 감지되는 등 우려가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해당 기종에 대해 전수 특별점검을 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가동률을 비롯해 항공기 운항 전후 이뤄지는 점검과 정비 등 기록 등에 따라 여러 규정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해당 기종을 보유한 항공사에 내년 1월3일까지 항공안전감독관을 보내 조종사 교육 훈련, 엔진·랜딩기어 등을 점검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새 떼에 취약한 무안공항이 겨울철 철새 이동에 충분히 대응했는지 여부도 더 살펴봐야 할 지점으로 거론된다. 이번 참사에 항공기 엔진과 조류 사이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남도 등에 따르면 도내 철새도래지 47곳 가운데 무안군은 현경면·운남면, 무안저수지, 무안·목포해안, 영산강 중류(몽탄대교∼승촌보) 등 4곳이 무안공항 인근에 둘러싸여 있다. 현경면·운남면 일대에만 1만2000여마리의 겨울 철새가 관찰되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20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확장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조사에서 각각 41종의 1278마리(1차 조사)와 37종 1760마리(2차 조사) 새가 확인됐다. 또 최근 국립생태원 겨울 철새 총조사에서는 무안저수지에서 1792마리, 무안·목포해안에서 4315마리, 현경면·운남면에서 1만2779마리의 철새가 관찰됐다.
앞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확장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는 “공항 외곽으로 넓은 농경지와 갯벌이 형성돼 있으며 동산리 방면은 새의 휴식 공간과 먹이가 풍부해 새가 가장 많이 출현하는 지역”이라며 “조사 지역에 겨울 철새도래지가 분포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안공항 조류 퇴치 인력은 4명에 불과해 김해공항(16명), 대구·청주공항(8명)에 비해 적고, 전국 거점공항과 비교해도 인원이 가장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4명이 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데 사고 당시에는 2명이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무안공항에는 조류를 탐지하는 레이더와 화상탐지기가 1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4개 공항 중 열화상 탐지기가 설치된 곳은 김포·김해·제주공항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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