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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대비 안한 ‘콘크리트 둔덕’ 禍 키웠다 [제주항공기 무안 참사]

입력 : 2024-12-30 18:59:01 수정 : 2024-12-30 22: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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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단단한 구조물 지침 위배
조류탐지레이더·화상탐지기 없어
무리한 운항 스케줄도 원인 지목

美 NTSB·보잉과 합동 조사 나서
블랙박스 해독 한 달 이상 걸릴 듯

29일 사상 최악의 국내 항공 사고로 기록된 제주항공기 전남 무안국제공항 착륙 참사가 이런 사고를 예상 못 한 채 시설물을 배치하고 겨울철 빈번한 철새 이동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공항 운영 당국의 부실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사고의 전말을 밝혀줄 제주항공기 블랙박스 일부는 훼손된 채로 수거돼 원인 규명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깊은 슬픔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헌화와 묵념으로 조의를 표한 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조문록에 ‘안타깝게 돌아가신 179분을 기억하고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무안=이재문 기자

30일 국토교통부와 항공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피해를 키운 이유 중 하나로 무안공항의 착륙 유도 안전시설인 로컬라이저가 지목되고 있다. 활주로 주변 시설물은 예상치 못한 항공기 충돌 등에 대비해 부서지기 쉬운 구조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단단한 콘크리트 기초 위에 설치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국토부의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 지침’에도 위배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체착륙 마찰을 줄여 화재 등을 예방하는 ‘폼’이나 활주로 오버런(이탈)을 막는 ‘배리어’ 등의 비상 동체착륙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무안공항에는 없었다. 특히 이번 여객기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지목되는 가운데 무안공항 일대가 새떼에 취약한 철새도래지로 둘러싸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무안공항은 조류 탐지레이더나 화상탐지기도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키드마크 선명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30일 스키드마크가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 무안=이재문 기자

저비용항공사(LCC) 특유의 무리한 운항 스케줄이 기체 피로도를 높여 사고를 유발했는지도 향후 사고원인 조사의 핵심 규명 대상으로 지목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올해 3분기 기준 여객기 평균 가동 시간은 월 418시간으로 대한항공(355시간), 아시아나항공(335시간)을 크게 웃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항공기도 직전 48시간 동안 국내외 노선을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강도 높은 항공안전점검을 시행해 이 같은 운항방식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사고원인 규명의 핵심인 블랙박스 해독 작업은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의 비행자료기록장치(FDR)는 외형이 일부 손상된 채 수거됐다. 만약 FDR 훼손 정도가 심하다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조사를 맡겨야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블랙박스 해독 작업만 6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NTSB는 이번 참사 관련 조사를 돕기 위해 조사팀을 파견하며 정부는 NTSB, 기체 제작사인 보잉사와 함께 사고원인 등에 대한 합동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틀째인 이날 사망자 179명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오후 8시 현재 164명이다. 나머지 15명은 신원 파악이 되지 않았다. 이들의 신원 확인은 금명간 완료될 전망이다. 유족들은 신원 확인이 모두 완료될 때까지 장례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세종·광주·무안=채명준·김선덕·한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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