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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비행기 타기 무섭다”… 해외여행 줄취소 [제주항공기 무안 참사]

입력 : 2024-12-30 18:48:42 수정 : 2024-12-30 21: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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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사태 이어 시민들 불안감

제주항공 6만8000건 예약 취소
여행업계·소상공인도 ‘직격탄’
“연말연시 특수 사라지나…” 시름

서울에 사는 직장인 구모(27)씨는 신년을 맞아 1월에 친구들과 계획했던 일본 여행을 무기한 연기했다. 구씨는 “계엄 이후로 집회에 참석하는 친구들이 많아져 ‘해외여행은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하던 참인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터지면서 일정을 미루게 됐다”며 “즐기기 위해 가는 여행인데, 불안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가라앉은 연말연시 분위기 속에 179명이 목숨을 잃는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터지면서 여행 계획을 접는 시민이 늘고 있다. “비행기를 타는 것이 무섭다”며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여행업계와 소상공인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30일 서울 종로구 한 여행사 모습. 뉴스1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연말연시 소비 진작에 안간힘을 쓰던 여행업계와 유통업계는 대형 참사 앞에 침체된 분위기다.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전날부터 현재까지 여행 및 항공편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의 경우 전날 0시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약 6만8000건의 항공권 예약 취소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취소 문의는 두 배로 늘어난 반면, 신규 예약은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날 해외여행 관련 커뮤니티에는 여행을 취소했다는 글이 쏟아졌다. 다음달 2일 베트남 여행을 계획 중이었다는 한 누리꾼은 “가족의 안전을 생각해 제주항공 예약을 취소했고 다른 항공편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적었다. 일본 여행을 준비하던 다른 누리꾼은 “제주항공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아 표는 취소했다”고 했다.

30일 서울 중구 명동길을 찾은 외국인관광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달러 강세와 탄핵정국으로 침체된 여행업계에 제주항공 참사까지 이어지며 여행·관광 시장 자체가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연이은 악재에 소상공인들도 한숨을 쉬고 있다. 제주 이호테우해수욕장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오모(38)씨는 “12월 연말 특수만 바라보고 비수기를 버텼는데, 계엄 이후로 비수기인 11월과 비교해도 예약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이번 사고로 비행기를 타야 하는 제주도에 내국인 발길이 끊길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북촌에서 숙소를 운영하는 A(31)씨는 “한국 사람들만 뒤숭숭한 게 아니라 외국인도 영향이 컸던 것 같다”며 이달 들어 예약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방한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이전의 94%까지 회복하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회복률이 90%로 후퇴했다. 12월 일평균 방한 관광객 수는 1∼11월 누적 대비 약 15% 감소했다. 정부가 사고가 발생한 전남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내년 1월4일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면서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때는 여행심리가 위축됐지만 원화 강세와 여름 성수기 덕분에 금세 여행경기가 회복됐다”며 “지금은 환율이 안 좋아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하나투어 등 일부 여행사는 패키지 상품 예약객에게 환율 차액을 추가로 부과하는 등 가격 인상에 나섰다. 고환율에 참사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여행심리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환율·유가 급등이라는 경제적 요인, 계엄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정, 여기에 대형 참사라는 심리적 요인까지 겹쳐 굉장한 여행 위축이 우려된다”며 “3∼5개월 먼저 예약하는 여행 상품 특성상 여행업계 침체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솔·김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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