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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혼란과 좌절을 넘어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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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01 00:11:33 수정 : 2025-01-01 00: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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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비상계엄으로 온 나라 충격
민생경제, 한·미 관계에도 경고등
무너진 국가 리더십 복원 급선무
광복 80년 기적의 역사 다시 써야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보다 비관이 앞선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엄혹한 현실 탓이다. 얼마 전 우리는 한밤중 민의의 전당에 무장 군인이 들이닥치는 참담한 장면을 목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자초했다. 국정 최고지도자의 일탈이 불러온 충격파로 온 나라가 소용돌이에 빠진 형국이다.

 

정치 파행은 가뜩이나 심화하던 경제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급등하고,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외교·안보에도 복합 쓰나미가 밀려온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우리 외교·안보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이다. 정치, 경제, 외교·안보의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국정이 마비되든 말든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권력 쟁투에만 몰두한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무너진 국가 리더십의 복원이다. 대통령 탄핵에 이어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까지 탄핵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권한대행의 대행’이 제주항공 무안참사 대응까지 1인 4역을 해야 하는 기형적 체제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면 5∼6월쯤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국가 리더십을 튼튼히 세우는 것은 결국 국민이 어떤 지도자를 뽑느냐에 달렸다. 이번에는 균형 잡힌 국정 비전과 소통·포용력을 갖춘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정파와 지역에 얽매이지 않는 국민의 밝은 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낡은 국가 시스템을 개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1987년 체제 이후 한국 정치는 대통령의 불통·독선과 야당의 극한투쟁이 충돌하는 구태를 거듭해 왔다. 8명의 대통령이 등장했지만, 퇴임 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 정치 체제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쟁의 악순환에 빠진 나라를 협치의 선순환으로 되돌려 놓을 수 없다. 한국 정치의 기본 얼개를 손질해야 할 때다.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혁, 선거구제 개편, 책임총리제 등 갖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전 국민의 지혜를 모아 분권·협치·상생이 가능하도록 국가운영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유례없는 정치적 혼란기인 만큼 사법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윤 대통령과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각각 헌재의 결정과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을 지연시키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리고 있다. 헌재와 법원은 이런 꼼수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사법부마저 정치에 흔들리면 법치주의가 설 자리는 없다.

 

나라 밖에서도 많은 악재가 밀려들고 있다. 오는 20일 트럼프 2기 미 행정부의 출범은 여러 우려를 낳을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보다 미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더 강력히 추진할 것임을 천명해 전 세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다양한 창구를 통해 동맹 관계를 돈으로 저울질하는 접근법이 양국의 협력 기반을 허물어뜨린다는 점을 확인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북핵 동결과 대북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며 북핵을 사실상 용인할 경우 우리의 안보는 치명상을 입는다. 우리를 패싱하지 않도록 정부는 외교력을 경주하길 바란다.

 

경제 역시 짙은 안갯속으로 치닫고 있다. 소비 심리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침체 국면이고, 트럼프 리스크 탓에 경제 버팀목이었던 수출에서도 계속 경고음이 들린다.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힘겹게 유지해 온 국가 신용등급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일본식 장기 불황의 터널에 진입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근본 해법은 산업경쟁력과 성장동력을 키우는 일이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구조개혁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올해는 우리가 광복 80주년을 맞는다. 대한민국은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이라는 참극을 겪고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섰다. 2차대전 종전 후 독립한 110여 개국 중 한국은 가장 경이로운 성장을 이룬 국가다. 이제는 문화강국의 면모까지 갖추게 됐다. 지난해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우리 문화의 저력과 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가요 드라마 영화 클래식 음악 등 모든 장르에서 ‘케이(K)’라는 접두어가 붙는 한류 콘텐츠가 전 지구촌에서 주목받고 있다.

 

나라가 흔들릴 때 우리 국민은 절망과 고난을 극복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그래서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국운은 계속 상승 곡선을 탈 수 있었다. 이번에 위헌적 비상계엄을 막아내고 민주주의 복원력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도 국민이다. 대한민국호는 흔들리지만, 절대 좌초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의 저력을 동력 삼아 격랑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광복 80년을 계기로 기적의 발전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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