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무안공항 참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착륙유도방위각시설)와 그 받침대 역할을 한 콘크리트 둔덕이 관련 규정을 위반해 설치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안테나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다.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264m 떨어진 곳에 있다. 그간 국토교통부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종단안전구역(RESA) 바깥에 설치돼 ‘항공기 피해를 야기하지 않는 소재로 구조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내외 규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런 설명은 ‘공항 비행장 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 관련 국토부 고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2022년부터 시행된 해당 고시에는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지점까지 공항 안전구역이 연장돼야 하며 이 구역 내에서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고, 반드시 부러지기 쉬운 재질을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토부가 이 규정대로 ‘안전구역’을 지정했다면 사고 지점에는 애초에 콘크리트 둔덕을 세울 수 없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토부 책임론이 확산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들 시설이 기준에 저촉된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공항 안전관리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우려는 무안공항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내선 전용으로 운영 중인 광주공항의 경우 70㎝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다. 여수공항에도 로컬라이저 시설은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둘러 콘크리트 구조물을 없애고 그전까지 항공기 운항 중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해외 전문가들이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의 특이한 설계가 최악의 참사를 불러왔다고 주장하는 것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이번 참사로 항공기 강제 제동장치 중 하나인 ‘EMAS’(항공기이탈방지시스템)의 도입 필요성도 대두하고 있다. EMAS는 항공기가 정상 착륙하지 못하고 활주로를 이탈할 때 바닥의 경량 콘크리트 보도블록이 부서지면서 항공기 동체의 전진 속도를 급속도로 줄이도록 한 장치다. 2016년 10월, 미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대선을 앞둔 마이크 펜스 주지사 등 48명을 태운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했을 때도 참사를 막았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영국, 독일 등 세계 120여개 공항에 설치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한 곳도 없다. 국토부는 활주로 안전을 위한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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