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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역할 제약 경기 회복 효과 ‘물음표’…추경 필요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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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02 10:41:00 수정 : 2025-01-02 12: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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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올해 경제정책방향은 총지출 규모가 673조3000억원에 불과한 감액예산을 기초로 마련됐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정부 예산안(677조4000억원)의 총지출 증가폭이 경상성장률을 밑돌아 긴축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12·3 비상계엄’ 사태 탓에 4조원 이상 총지출이 추가로 줄면서 정부 재정 역량은 더욱 위축됐다. 올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경기의 마중물이 돼야 할 재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실제 소비 진작책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소상공인 매출 기반 확대 정책은 온누리상품권 활성화 정도에 그쳤다. 경기 회복이 지체되는 가운데 올해 대외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만큼 조속히 추경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4년 12월 30일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비상계엄부터 탄핵까지 이어지는 정치 불안과 제주항공 참사에 따른 소비 심리 악화도 문제다. 뉴시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예산상 총지출 규모는 673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본예산(656조6000억원) 대비 16조7000억원(2.5%)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2023년(5.1%)은 물론 역대급 세수 감소 탓에 쪼그라들었던 지난해 총지출 증가율(2.8%)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계엄 사태 탓에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되면서 올해 총지출이 정부안보다 4조1000억원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발표된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각종 정책을 보면 소상공인 지원이나 내수 회복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소상공인 매출기반 확대의 경우 소상공인 소득공제와 함께 온누리상품권 활성화가 주요 대책으로 제시됐다. 온누리상품권을 역대 최대 규모인 5조5000억원 발행하는 한편 할인율(10→15%)을 상향하고 골목형상점가로 사용처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하지만 할인율 상향이 설 성수기(1월10일~2월10일)에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데다 노령층 등 모바일 약자가 선호하는 지류형은 할인율 상향 대상에서 빠졌다. 또 발행액이 2023년 2조242억원에서 지난해 5조원으로 크게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증가폭(5000억원)도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다. 참여연대는 “소비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개별소비세 인하, 가전제품 구매 환급지원율 확대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기보강을 위해 마련된 재원(총 18조원) 중 정책금융이 12조원(66.7%)에 달하는 점도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는 수출 감소와 내수기반의 침식으로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대외경제여건의 악화와 탄핵정국으로 경제위기가 고조되고, 내년도 경제성장률전망치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여전히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부양책은 정책금융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올해 수출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상반기에 재정을 집중 투입했을 때 하반기에 재정의 역할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올해 국세수입도 지난해 3·4분기 기업 실적에 따라 목표 수준(382조4000억원)에 미달할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올해 국세수입 재추계 전망치가 337조7000억원인데 최근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세수가 1년 만에 13% 넘게 급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결국 대내외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해 경기 회복 속도를 앞당기고,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병구 교수는 “자산불평등이 증가하고, 재정의 재분배기능이 약해지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공정과세와 국채로 소요재정을 조달해야 한다”면서 “경제성장률의 하락으로 초래된 양극화와 불평등이 성장잠재력을 침식하는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투자국가와 최후의 고용자로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그동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지역화폐법, 전세사기특별법, 노란봉투법 등 민생지원법안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외적인 여건도 추경 편성 필요성을 높인다. 관세 등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물가상승을 유발하고 고금리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원·달러 환율을 추가로 높이는 요인이 된다. 즉, 우리 입장에서 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에 더욱 제한된다는 것이다. 경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감액예산의 문제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부총리 시절, 미래 성장동력 연구개발(R&D) 예산(815억원), 청년도약계좌, 아이돌봄 예산 등이 삭감됐다며 감액 예산안이 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번 경제정책발표에서 적극적인 재정을 강조하며 추경에 좀 더 열린 모습을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가 경기 보강 방안에도 다양한 방안 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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