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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아리셀 대표 ‘중대재해’ 혐의는 부인…유족 “기만적 사과”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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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06 20:02:47 수정 : 2025-01-06 20: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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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 사망한 아리셀 박순관 대표 “죽을 때까지 속죄”
기소 3개월 만에 첫 공판…사과했지만 유족들은 항의
“만남 거부하다 형사 재판에 처음 나와 기만적 사과”

배터리 폭발 화재로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업체 아리셀의 박순관(65) 대표가 6일 법정에서 유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자신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아리셀을 대표하거나 총괄하지 않았기에 경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변호인 측 주장과 같은 의사를 표명했다. 방청석의 유족들은 “이것도 사과냐”면서 한숨을 쉬거나 욕설을 내뱉으며 항의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 심리로 열린 자신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의 첫 공판기일에서 “제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밝혔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지난해 8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그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9월 구속기소 된 지 약 3개월 만이다. 기소 이후 3차례에 걸친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PPT 발표 이후 “유족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재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었다. 그는 녹색 수의 차림으로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방청석을 향해 미리 적어 온 사과문을 읽었다.

 

박 대표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해 고인이 되신 피해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저는 아리셀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리셀은 수년간 적자인 탓에 제 개인 돈으로 합의금을 마련하고 있으나 아직 다 합의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원만히 합의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개를 숙였으나 유족들은 항의했다. 이날 수원지법 201호 법정에는 유족과 변호인 등 20여명이 참석해 재판을 지켜봤다.

 

이들은 재판을 마치고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표 등 관련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거듭 요구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 단장을 맡은 신하나 변호사는 “(박 대표가) 그동안 유족과 만남을 거부하다가 형사 재판에 처음 나와 유족을 향한 기만적인 사과를 했다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아리셀과 박순관, 박중언(박순관 대표 아들·아리셀 총괄본부장)은 이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자기 잘못을 뉘우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공판기일은 이틀 뒤인 오는 8일에 열린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24일 오전 10시30분쯤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같은 해 9월 구속기소 됐다.

 

아들인 박 본부장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며, 다른 임직원 등 6명과 아리셀을 포함한 4개 법인도 각 불구속기소 됐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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