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은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가격담합 등 9개의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 법상으로 ‘부당한 공동행위’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일상에서는 ‘담합’이란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담합행위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탓에 적발이 매우 어렵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1996년 12월30일 제5차 법 개정을 통해 내부자의 협조를 유인함으로써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면책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공정거래법에 최초로 도입되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조사 전에 자진신고를 한 자(자진신고자), 조사 후 조사 및 심의·의결에 협조한 자(조사협조자)는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고, 고발도 면제할 수 있다. 최초 증거 제공자에는 과징금 100%, 2번째에는 과징금 50%를 각각 감경한다.
감면조항은 특별한 경우 과징금 납부의무를 감면받을 수 있음을 시혜적으로 정하는 수익적 성격의 법률조항(서울고등법원 2016. 12. 14. 선고 2015누46118 판결)이므로, 추가로 어디까지 혜택을 줄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대표적으로 형사고발 면제규정이 있다. 원래 자진신고자 감면 고시에서 규정해 운영했다. 그러다가 고발면제를 고시에 규정한 것은 법률에 규정된 고발제도의 취지를 몰각시키고, 적법성 및 명확성 원칙과 평등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으며, 카르텔 위반행위에 대한 집행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2016년 3월29일 법 개정 시 “고발을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자진신고자 감면 고시에서는 검찰에 고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검찰총장의 고발 요청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찰 참가자격 제한도 면제할 것인지도 문제다. 공정거래법에서는 담합행위에 대한 입찰 참가자격 제한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다만 ‘입찰에 있어서의 부당한 공동행위 심사지침’에서 공정위는 법 위반행위를 한 당해 사업자(또는 사업자단체)에 대한 조치 외 필요하다면 법 위반행위의 정도, 횟수 등을 고려해 발주기관에 입찰 참가자격 제한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과거 5년간 입찰담합으로 받은 벌점 누계가 5점을 초과한 사업자(또는 사업자단체)는 원칙적으로 입찰 참가자격 제한을 요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찰 참가자격 제한제도는 하도급법에도 규정되어 있다. 벌점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초과할 때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입찰참가 자격의 제한,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영업정지, 그 밖에 하도급 거래의 공정화를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제26조 제2항). 대통령령에 따르면 벌점이 5점 초과하면 입찰 참가자격의 제한, 10점을 초과하면 영업정지 요청을 한다.
한편 지난해 3월26일 국가계약법 제27조(부정당업자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에서 “각 중앙관서의 장은 제1항 제2호 또는 제5호에 따라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받은 부정당업자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4조에 따라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실의 자진신고 등을 통해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받은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항에 따른 입찰 참가자격 제한처분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작년 9월20일 시행령 제76조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자진신고 제도와 입찰 참가자격 제한제도의 운영에 관한 규정을 신설했다.
하도급법에는 자진신고 면제제도가 없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따른 자진신고 면제제도만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쟁업체와 담합한 사실을 스스로 신고했더라도 담합 자체를 이유로 해당 기업에 입찰 제한조치를 한 것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최근 A기업이 조달청장을 상대로 낸 입찰 참가자격 제한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기업은 2022년 공정위에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경쟁업체들과 담합했다는 사실을 자진신고 했고,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인 ‘리니언시’에 따라 공정위에서 부과한 323억여원의 과징금을 감면받게 됐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조달청장은 같은해 11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A기업에 6개월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게 자격 제한처분을 내렸다. 이에 A기업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공익신고자에게는 불이익을 줄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조달청의 입찰 제한은 자진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게 아니라 담합 자체를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것이기에 정당하다고 보았다.
이 판결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른 판결이고 위 국가계약법 규정 개정 이전의 처분을 대상으로 한 판결이므로, 그 취지에 공감이 가는 면이 있다. 물론 상소가 이뤄진다면 대법원의 최종 판결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만 앞으로는 공정거래법상 담합행위에 대해 자진신고를 했다면 국가계약법상 입찰 참가자격 제한도 감경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공정거래법상 담합 자진신고가 제도로서의 완결성이 좀 더 높아졌다고 평가된다. 어쨌든 담합행위에 연루된 기업이 자진신고 여부를 결정할 때 이러한 법령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신동권 법무법인 바른 고문(전 공정거래조정원장) dongkweon.shin@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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