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정도 더 유행하겠지만 결국 잦아들 것”
독감 의심 환자가 8년 만에 가장 많이 발생한 가운데, 남궁인 이화여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금은 전국민이 코로나19 감염을 피할 수 없던 마지막 시기를 보는 듯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남궁 교수는 7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독감이 대유행하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독감에 걸리고 있다”며 “대개 열이 나고 몸살이 심한 경우가 많고, 인후통이나 호흡기 증상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독감은 보통 실내 활동이 많고 환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겨울철에 유행하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억제되었던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이번 겨울 한꺼번에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궁 교수는 “평소 건강했던 사람부터 노약자, 소아, 임산부, 암 환자까지 모두가 독감에 노출되고 있다”며 “현재 발견되는 바이러스로는 2009년 대유행했던 인플루엔자 A(H1N1)와 다른 아형의 인플루엔자 A,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메타뉴모바이러스(HMPV) 등이 있다. 드물게 코로나19 감염 사례도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응급실을 찾는 환자나 독감 관련 전화 문의가 절반을 차지하며, 전형적인 독감 증상이 아니라도 확인 결과 독감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식사를 못 하십니다’, ‘아버지가 걷지 못하십니다’, ‘할머니의 뇌졸중 후유증이 악화됐습니다’ 같은 사례가 모두 독감으로 확인됐다”며 “심지어 ‘친구가 기절했습니다’, ‘요로 감염이 재발한 것 같습니다’, ‘구토와 극심한 피로를 겪고 있습니다’와 같은 증상도 독감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남궁 교수는 “심야에 발열이 지속된다며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와 비교하면 독감이 폐렴으로 진행하거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는 급성 악화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평소 건강했던 30대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며 치료 중”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노약자의 입원 사례도 적지 않다”며 “현재 상황은 여전히 신중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궁 교수는 “희망적인 점은 이번 독감이 과거에 유행했던 바이러스라는 것”이라며 “몇 주 정도 더 유행하겠지만 결국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독감이 유행한다고 평소 활동을 멈출 필요는 없다. 다만 상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컨디션 관리를 철저히 하고, 평소처럼 개인위생에 신경 쓰며, 따뜻한 물을 충분히 마실 것”을 권장했다. 예방접종을 받고,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병원을 찾아 적절한 약을 복용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도 당부했다.
또한 “주변 노약자가 위험에 처한 경우에는 즉시 의료진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마지막 주(12월 22∼28일) 동안 전국 인플루엔자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 중 독감 증상을 보인 의심환자(ILI) 분율은 73.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31.3명 대비 약 2.41배(136%) 증가한 수치다.
2016년 유행 정점 당시의 86.2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겨울철에 주로 발생하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도 같은 기간 5주 동안 약 3.6배(261명) 증가했다. 방역당국은 “올바른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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