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들의 윤석열 대통령 지킴이 행태가 가관이다. 친윤계가 대부분인 국민의힘 의원 44명이 그제 아침 윤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대통령 관저 앞에서 ‘인간 방벽’을 쌓으며 시위를 벌였다. 김기현 의원은 현장에서 “원천 무효인 사기 탄핵이 진행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싸워나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고무됐는지 점심 무렵에 의원들에게 함께 식사하자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법을 만들고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할 의원들이 위헌·불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다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런 시대착오적 행태를 보이는 배경에는 최근 뚜렷해지는 보수층 결집 현상이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4.4%로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수준을 넘어섰다. 40%대를 기록한 여론조사도 있다. 그러나 이는 보수층이 과대 표집된 여론조사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김민수 대변인이 계엄과 관련한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임명 당일인 6일 사퇴한 것도 볼썽사납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5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계엄을 선포하고 2, 3분 만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점령했다. 선관위 상륙작전이다”라며 “대단하다. 진짜 윤석열이다. 한 방을 진짜 제대로 보여주셨다”고 치켜세웠다. 다행히 임명 당일 ‘경질성’ 인사가 이뤄졌지만 어떻게 이런 사람이 사전에 걸러지지 않고 공당의 대변인이 될 수 있었는지 혀를 차게 된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비상계엄·대통령 탄핵 사과와 변화와 혁신의 다짐은 립서비스에 그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대통령과 공동운명체로 묶일수록 중도층의 시선은 더 싸늘해질 것이다. 오죽하면 “‘아스팔트 우파’하고 자매결연을 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겠나. 당 지도부가 중심을 잡고 선을 그어야 한다. 의원들의 윤 대통령 ‘사수’ 시위에 대해 “지침을 준 적이 없다.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간 것”이라며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선거 승리 공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중도층 표를 많이 얻는 것인데 국민의힘은 반대로 가고 있다. 계엄 세력과 절연하지 않고 외려 더 밀착하니 국민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만 보고 정치를 하면 앞으로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 모두 판판이 질 것이라는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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