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등록금 인상 바람이 거세다. 서강대와 국민대가 2025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각각 4.85%, 4.9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연세대, 경희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도 인상 대열에 합류할 태세고 국립대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16년간 이어져 온 동결 탓에 더는 재정난과 교육여건 악화를 방치하기 힘들다는 긴박한 판단이 깔려있다. 정부도 등록금 현실화로 대학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대학의 재정난은 한계에 봉착한 지 오래다. 서강대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계속된 등록금 동결로 대학시설 수준이 초·중·고등학교나 일반 가정집 수준보다도 못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국립대 사립대 가릴 것 없이 다른 대학들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경북의 한 국립대는 연간 예산이 1000억원 수준인데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 예산이 5%에 불과하다. 우수 교수 영입이나 첨단 연구 기자재 도입은 고사하고 노후시설 개보수 여력조차 없다.
고등교육법에는 인상률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올해 5.4%)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그림의 떡이다. 정부는 등록금 인상 때 ‘국가장학금 2유형(대학이 자체 기준으로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고삐를 좼다. 관련 예산이 올해 3500억원에 달하는데 대학으로서는 외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얼마 전 국회입법조사처는 국가장학금 지원에 등록금 인상률을 반영하는 건 아무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각 대학 총장들에게 서한을 보내 올해도 동결 기조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락같이 오른 물가와 서민의 생활고를 생각하면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무리한 등록금 동결은 대학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위법적인 등록금 규제는 없애는 게 맞다. 대학 스스로 등록금을 결정토록 해 수준 높은 강의와 연구로 인재양성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교육 지원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배를 곯고 있는데 초중등 교육예산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넘쳐나는 건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들다. 긴 안목에서 대학 자율성을 입시·학사 등까지 확대해 경쟁력을 키울 길을 터줘야 할 것이다. 계엄 사태·탄핵 정국과 무관한 국가 과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