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일명 얼차려)을 지시해 훈련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각각 징역 5년과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1월 7일 학대치사 및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강모(28·대위) 씨에게 징역 5년을, 부중대장 남모(26·중위)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군기 훈련 행위가 군형법상 가혹행위이자 형법상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은 군기 훈련과 훈련병의 사망 간 인과관계를 부인하며 혐의를 부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훈련 전체 과정을 보면 피고인들이 서로의 행위를 인식하고 용인하거나 승인하며 관여했다"고 지적하며 유죄를 인정했다. 또한, 사건 발생 전 부대에 전달된 온열 손상 예방 공문과 전문의 소견 등을 근거로, 입소 9일 차에 피해자가 무리한 훈련으로 온열질환에 이를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상상적 경합범으로 판단해 가장 무거운 학대치사죄 기준(징역 3∼5년) 내에서 형량을 선고했다.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에 적용되며, 실체적 경합처럼 형량이 가중되지 않는다. 검찰은 실체적 경합으로 판단해 각각 징역 10년과 7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의 해석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재판부는 "신병 교육대에서 피해자들을 상대로 신체 조건에 맞지 않는 혹독한 군기 훈련을 집행한 행위는 개인 피해뿐만 아니라 군의 사기와 전투력을 저하시켰으며, 군에 대한 국민 신뢰도마저 훼손했다"며 죄책이 무겁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고, 군 기강 확립을 위한 훈련 의도가 있었던 점, 악의적인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은 유리한 사유로 참작됐다. 강 씨가 피해자들에게 형사 공탁금을 제시했지만, 피해자 측에서 수령 의사가 없다고 밝힌 점도 제한적으로 고려됐다.
고(故)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피고인들이 500년형을 받더라도 부족하다"며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녀는 "훈련병들이 왜 군기 훈련에 불려 나가게 됐는지 묻지도 않고, 군기라는 명목 아래 생명을 잃었다"고 지적하며, 낮은 형량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아들을 잃은 부모로서 군대에서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를 맡은 강석민 변호사는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점은 타당하다"면서도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해 형량이 제한된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항소심에서 죄의 수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추가 판단을 요구했다.
두 피고인은 지난해 5월 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박 훈련병이 실신했으나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결국 사망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학대치사로 판단해 기소했으며,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이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번 사건은 군 내 교육 및 훈련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와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하며, 항소심의 결과와 군 조직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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