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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시대 국제 질서는 어떻게 변할까

입력 : 2025-01-11 06:00:00 수정 : 2025-01-09 21: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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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존 볼턴 등 주요 전문가들
트럼프 재선 이후 몰고 올 변화상 예측
북·중·러 외교서 취약점 드러낼 가능성
“美, 지금보다 훨씬 독재적인 나라 될 것”

초예측 트럼프 2.0 새로운 시대/ 유발 하라리, 폴 크루그먼, 존 볼턴 등 8인/ 오노 가즈모토 엮음/ 이정미 옮김/ 한스미디어/ 2만원

 

“만일 제가 김정은이라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 날 전화를 걸어 되도록 빨리 (북·미 정상)회담을 열자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를 평양으로 초대하겠지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년 만에 재취임을 앞둔 가운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트럼프 제1기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했던 존 볼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가 국제 정세를 잘 모른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며 “독재주의자들 입장에서 보면 트럼프는 다루기 쉬운 상대”라고 진단했다.

 

“시진핑도 김정은도 트럼프가 국제 정세를 잘 모른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를 악용해 트럼프에게 굴욕을 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만일 그렇게 했다가는 그를 적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어떻게 해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그를 이용할지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을 것입니다.”

 

유발 하라리와 존 볼턴, 제프리 삭스 등 글로벌 외교안보 및 정치, 경제 주요 분야의 전문가들이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제2기를 조망한 책이 번역 출간됐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트럼프는 201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며 자칫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진핑, 김정은 등의 계략에 말려들면 유럽이나 한국, 일본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볼턴은 또 트럼프가 동맹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요 동맹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방위비를 받기 위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라는 초강수를 던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나토에서 탈퇴하는 것도 마다치 않겠다는 자세로 방위비 증액을 동맹국에 요구하겠지요. 이는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트럼프에게 방위비 증액 요구는 나토 탈퇴를 두고 협상을 벌일 때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나토는 미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사고가 깔려 있는 것이지요.”

유발 하라리, 폴 크루그먼, 존 볼턴 등 8인/ 오노 가즈모토 엮음/ 이정미 옮김/ 한스미디어/ 2만원

그러면서 미국의 나토 탈퇴는 동맹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더는 미국을 믿지 못하게 할 것이며 중동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을 혼란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턴은 우려했다.

 

저서 ‘사피엔스’로 널리 알려진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는 ‘대통령이 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로 끝낼 수 있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주목하기도 했다. 이는 푸틴이 승리하는 종전을 의미하며,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세계의 군사비가 급증하고 전략적인 군사 동맹이 형성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하라리는 우려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제1기 재임 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장면. 세계일보 자료사진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바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승리로 끝나는 전쟁을 의미하지요. 저는 단언합니다. 만일 이 전쟁을 러시아의 승리로 끝낸다면 과거 수십 년에 걸쳐 우리가 이해하고 있던 ‘세계의 질서’는 결정적인 붕괴의 시기를 맞을 것이며, 평화와 번영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릴 것입니다. (…) 만약 러시아가 이긴다면 푸틴의 방식이 새로운 기준이 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전 세계에 퍼져 있지요. 이렇게 되면 세계의 군사비가 급증하고 전략적인 군사동맹이 형성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 푸틴을 막지 않으면 파괴적인 ‘자기실현적 예언’이 이뤄져서 최후에는 약육강식의 세계만이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제1기 재임 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장면.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라리는 또 트럼프 2.0 시대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법 제도의 악용”이라며 “트럼프는 대통령의 권한을 악용하며 자신의 어젠다에 반대하는 이들을 아주 사소한 이유를 들며 고소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고 곧바로 미국이 선진적인 기술을 구사하는 전제 국가가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독재적인 나라가 될 것은 틀림없습니다.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결혼 제도를 비롯한 각종 제도를 파괴하고 악용하는 것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이 성큼 다가오면서 고조된 불확실성에 전 세계가 아연 긴장하고 있다. 경제 및 사회 영역은 물론 주요 지정학적 역학 관계의 변화에 따라서 국가 간의 이해가 극도로 엇갈릴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다시 마주하게 된 트럼프의 시대, 트럼프 2.0의 세상에서는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우리는 어떤 위기와 기회를 마주할 것인가. 경제와 금융의 혁신적 변화부터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변곡점에서 우리는 어떤 기회를 포착할 것인가.

유발 하라리와 존 볼턴, 제프리 삭스 등 글로벌 외교안보 및 정치 경제 주요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 앞두고 트럼프의 재선에 관한 견해를 밝힌 신간 ‘초예측 트럼프 2.0 새로운 시대’를 통해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몰고 올 변화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제1기 재임 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장면.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이 트럼프 2기에서도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에서 취약점을 드러낼 가능성을 우려했다. 글로벌 정치 전문가인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트럼프의 재선은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등이 모두 바라는 바라며 트럼프는 이들과의 협상에서 우위에 서고자 하겠지만 결국 농락당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트럼프가 승리하면 자신들이 가장 큰 이익을 본다고 생각하는 정부 중 하나이지요. 푸틴도 김정은과 똑같이 트럼프의 재선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는 편이 협상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트럼프가 스스로는 협상에서 우위에 서려고 하겠지만 결국 상대에게 농락당하게 될까 봐 우려스럽습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정책 고문을 지냈던 석학 자크 아탈리는 “북한발 혹은 중국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상황을 개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관측한 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 주요 국가는 대만에서 전쟁이 날 것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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