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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매매업체, 비영리단체 후원계좌 악용 기승

입력 : 2025-01-12 17:26:40 수정 : 2025-01-12 23: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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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가입비 명목 소액 요구하며
북한인권단체 계좌 버젓이 사용
입금 후엔 타계좌 재차 송금 재촉
“거액 뜯어내기 전 관문 악용” 추측

피해 단체 “신뢰 떨어질라” 우려
장애인요양시설 등도 도용 당해
피해 확산… 경찰수사 확대 불가피

최근 성매매를 유인하는 휴대전화 스팸 메시지 신고 건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여성과의 만남 알선을 빌미로 돈을 갈취하면서 비영리 민간단체의 후원금 계좌번호를 도용하는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회원가입비 등 명목으로 비영리단체의 계좌로 소액 입금을 유인한 뒤 더 큰 액수를 다른 계좌로 입금받는 방식이다.

 

12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북한 인권단체인 사단법인 물망초로부터 “법인 후원계좌가 불법 음란물 사이트의 회원가입비 입금 계좌로 악용됐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지난해 11월 접수했다. 물망초에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9999원의 후원금이 약 80회 입금됐다. 한 후원자의 제보로 사태를 인지한 단체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직장인 A씨가 지난해 11월 성매매 알선 업체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 여성과의 만남 알선을 빌미로 ‘사단법인 물망초’ 후원계좌로 회원가입비 9999원을 입금할 것을 요구하더니, 이후 다른 계좌번호로 더 큰 액수 입금을 추가로 요구했다.
독자 제공

물망초에 9999원을 입금했다는 A씨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성매매 업체가 회원가입비 명목으로 요구한 9999원을 입금한 것”이라고 답했다. A씨가 이 업체를 접하게 된 것은 국외발신으로 수신한 문자메시지를 통해서였다. 이 메시지에 첨부된 텔레그램방에 접속하자, 데이트 플랫폼 ‘S원나잇’ 고객센터 담당자라고 주장하는 B씨가 개인정보를 물었다. 이후 여성들의 사진을 보내고 “지금 회원이 되면 첫 원나잇은 무료”라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회원가입비 9999원을 지불하고 자사 플랫폼 웹사이트에 회원으로 등록한 후 해당 여성과 데이트를 하라”고 부추겼다.

 

B씨가 A씨에게 안내한 ‘회원가입비 입금계좌’는 물망초의 계좌번호였다. A씨가 회원가입비라고 생각해 입금한 9999원은 실제 물망초 후원금 계좌로 입금됐다. A씨가 입금을 마치자 B씨는 “‘전용 VIP 계정’으로 등록됐다”며 한 웹사이트 링크를 공유했다. 링크를 클릭하자 한 포르노 사이트로 연결됐다.

 

이후 ‘S원나잇’ 측은 “플랫폼에서 처음으로 만남을 가지려면 회원카드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더 큰 금액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물망초 계좌가 아닌 개인 명의의 토스뱅크 계좌번호로 돈을 송금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수상함을 느껴 입금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망초 관계자도 처음엔 영문을 몰랐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9999원이 계속 입금되자 비둘기를 부르는 듯한 ‘구구구구’라는 숫자가 단체를 조롱하는 것으로 여기기도 했지만, 그렇게나마 후원금이 입금되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선영 당시 물망초 이사장(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9999원 연쇄 후원과 관련해 “모두 81명이 9999원을 보내주셨다”며 “제게 구원(救援) 같은 후원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성매매업체가 비영리단체의 계좌번호를 도용한 배경은 현재로선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비영리단체의 계좌번호는 쉽게 알아낼 수 있다는 점, 이들 단체에 소액 후원이 많은 만큼 이상입금으로 감지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거액을 뜯어내기 위한 ‘관문’으로 비영리단체 계좌를 악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물망초 측은 이상입금을 감지하고 지난해 11월 영등포서에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물망초 관계자는 “신뢰를 가지고 단체를 지지하는 후원자들이 (이번 사건으로) 불안감을 품게 될까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계좌를 도용당한 단체가 물망초뿐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찰 수사 확대는 물론 관련 단체의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A장애인요양시설 관계자는 이날 “(문제 소지가 있는) 후원금을 경찰에 신고한 상태”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의 경우 수사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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