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도 ‘특검 반대’로 비쳐선 곤란
갈등 줄이려면 합의로 풀어야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그제 대통령경호처에 공문을 보내 공수처·경찰의 2차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0일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사직하고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때만 해도 영장 집행을 저지해 온 경호처의 태도가 바뀔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실제로 경호처 일부 직원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방해해선 안 된다”며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처장 직무대행인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무력을 써서라도 영장 집행을 막으려는 의사가 확고한 듯하니 걱정이 앞선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어제 윤 대통령이 경호처 간부들에게 ‘나를 체포하려고 접근하는 경찰들에게 총은 안 되더라도 칼이라도 휴대해 무조건 막으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이 경호처 업무에 개입한 것도 문제일뿐더러 경호처와 경찰 간에 유혈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가짜뉴스”라고 일축한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경호처 요원들이 윤 대통령을 위한 사병처럼 동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 차장 휘하에서 경호처가 강경 일변도 분위기로 흐르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내부 기밀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어제 경호처 모 간부가 대기발령 조치를 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호처는 해당 간부와 접촉한 것으로 지목된 국수본 관계자를 겨냥해 “대통령 경호 안전 대책에 치명적 위험을 초래한 데 대해 법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대통령에 이은 ‘정권 2인자’로서 위세가 등등했던 유신 및 제5공화국 시절 경호실장들의 무소불위 행태를 보는 것 같아 자못 충격적이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헌법과 법률 위에 있을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정부 기관인 경호처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경호처 수뇌부는 대통령 경호 업무에 한해 경호처 지휘를 받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에서 복무 중이라는 어느 병사의 어머니가 “내가 어떻게 키운 아들인데 거기서 총알받이로 그렇게 쓰고 있느냐”고 호소한 것이 들리지 않는가. 경호처 구성원들은 윤 대통령의 사병이 되길 거부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르는 것이 공무원으로서 도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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