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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떡집 ‘옛것과 새것의 조화’… 키위·복분자설기, MZ도 홀릭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25-01-18 12:00:00 수정 : 2025-01-18 1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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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둔 낙원떡집 가보니…

낙원동 ‘떡전거리’ 한때 성황
디저트에 밀려 손님 발길 ‘뚝’

‘갓 나온 제품 구매할 수 있다’
전통 떡집, 대기업보다 선호
신제품 연구 개발… 생존 모색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낙원떡집에 설을 앞두고 떡을 대량 주문하려는 중년 일행이 들어섰다. 이곳의 대표 메뉴 ‘쑥인절미’를 산 이들은 “떡을 빼놓고 어떻게 명절을 말할 수 있겠냐”며 웃었다.

빵과 케이크 등 디저트 산업 발달로 떡이 뒤편에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지만, 명절에는 여전히 떡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떡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듣고 싶어 설을 앞둔 낙원떡집을 찾았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세월 흐름에 따라 떡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들려줬다.

일본인 관광객 와타나베 가즈요(39·왼쪽)씨와 곤도 가즈야(31)씨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낙원떡집에서 떡을 살펴보고 있다. 김동환 기자

◆신제품에 흥미 보이는 젊은층…‘발전’ 주문도

이날 인사동에 놀러 왔다가 낙원떡집에 들렀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주호(33)씨는 “이곳의 두텁떡을 좋아한다”고 미소 지었다. ‘두꺼운 떡’이라는 의미의 두텁떡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잔치 때 만든 떡이다.

이씨는 대기업 등에서 대량 생산하는 ‘크림떡’ 등이 시장에서 변화를 일으킨다고 짚었다. 초콜릿과 딸기 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 만든 반죽에 생크림 넣는 떡이 최근 몇 년 사이 시장에 등장했다. 그는 “새로운 떡이 출시되면 한 번씩 찾아 먹어보게 된다”고 했다.

한 40대 손님은 “빵과 케이크 등 디저트 문화가 주류를 이루지만 명절에는 여전히 떡을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음식인 만큼 새롭게 발전시킬 방향을 찾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매대를 보던 남녀는 ‘혹시 관광객이냐’고 묻자 일본에서 왔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3박4일 일정으로 한국 여행 중인 와타나베 가즈요(39·)씨와곤도 가즈야(31)씨는 출국을 하루 앞두고 한국에서의 추억을 떠올릴 떡을 사려던 참인데, 진열된 떡의 종류가 많다고 놀라워했다. 이들은 낙원떡집 대표 메뉴인 ‘쑥인절미’와 백설기에 복분자를 첨가한 이곳의 신메뉴인 ‘복분자설기’ 등을 구매했다.

두 사람은 ‘일본의 떡과 한국 떡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라는 질문에 “한국의 떡이 일본보다 다양하다”고 답했다. ‘찹쌀떡은 어떻게 만드느냐’ 등 질문을 던진 이들은 ‘떡’을 제대로 발음하고 싶었는지 여러 번 말하기를 반복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낙원떡집에 각종 떡이 진열되어 있다. 이곳 대표 메뉴인 ‘쑥인절미’와 함께 ‘복분자설기’와 ‘키위설기’ 등 기존 떡에 새로운 재료를 더해 변화를 준 떡이 눈에 띈다.

◆전통 떡집 강점 토대로 신제품 연구 노력

농경사회에서 출발한 우리나라는 설에는 ‘떡국’, 추석에는 ‘송편’처럼 절기에 맞는 세시음식(歲時飮食)이 존재한다. 하지만 떡은 행사 등에서만 먹는 음식으로 인식이 점점 바뀌었고, 그 사이 카페를 중심으로 한 디저트 문화 발달로 ‘별식’이라는 개념이 굳어졌다.

낙원떡집의 ‘복분자설기’처럼 새로운 제품 개발은 전통 떡집의 설 곳이 줄어가는 현실 타파를 위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한때 낙원동 일대는 떡집만 스무 곳에 달해 ‘떡전거리’로 불리며 성황을 이뤘지만 지금은 다섯 손가락으로 그 수를 꼽을 정도다. 디저트 발달로 손님이 줄어든 떡집은 살길을 찾았고, 버티지 못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중의 전통 떡집 만족도가 대형 제조사 등보다 높다는 설문조사는 전통 떡집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2년 ‘떡·한과류 세분시장 현황’을 보면 떡 제조업체 유형별 만족도에서 ‘재래시장·방앗간·일반 떡집 제품(86.4점)’이 ‘백화점·마트 내 떡집 제품(63.0점)’, ‘떡·한과 전문 중소 제조업체 제품(56.8점)’, ‘대형 식품제조사 제품(47.2점)’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내에 떡이나 한과 제품 구매 경험이 있는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 소비자 총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방식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갓 나온 신선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외에도 ‘직접 제조한다’거나 ‘당일에 만든 제품을 살 수 있다’ 등 전통 떡집만이 가진 장점을 강조하는 유사 답변이 이어졌다.

서울 시내의 한 전통 떡집 관계자는 “우리만의 특징을 유지하며 새로운 제품을 대중 앞에 내놓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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