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브라질 월드컵 생각하면 아직도 죄송”… 축구화 벗는 구자철 제주서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새출발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5-01-14 18:19:56 수정 : 2025-01-14 18:19:55

인쇄 메일 url 공유 - +

“2014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다.”

 

한국 축구에 굵직한 흔적을 남긴 구자철(35)이 정든 축구화를 벗으며 울먹였다. 구자철은 1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현역 은퇴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당시 한국축구 최연소 월드컵 주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전혀 자랑스럽지 않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은 1무2패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당시 팀을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은 소속팀 활약이 없어도 올림픽 대표팀부터 자신과 인연을 맺은 선수를 대표팀에 뽑아 ‘의리축구’ 논란을 일으키며 비판을 받았다. 자신의 탓은 아니지만 당시 주장이었던 구자철은 “월드컵 대표팀 선수에게 사회적 책임이 따르지만 아주 부족했고, 너무 어렸다”며 “이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지만 국민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아직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구자철이 14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열린 현역 은퇴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구자철은 고개를 숙였지만 그는 한국 축구에 자랑스러운 장면을 더 많이 만들어 왔다. 그는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동메달을 따냈을 당시에도 주장 완장을 찼다.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012 런던 올림픽 3, 4위 결정전에서 ‘라이벌’ 일본을 2-0으로 물리치고 3위를 차지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구자철은 “단상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바라본 게 축구선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며 “메이저대회에서 대부분 골을 넣었던 거 같은데, 이 경기에서 넣은 (두 번째) 골로 1년 전 일본에게 0-3으로 졌던 부끄러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렇듯 구자철은 2010년대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선수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2008년 성인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었고 2011 아시안컵에서는 5골을 넣으며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이 대회에서 최다골을 기록한 건 1960년 조윤옥(4골)과 1980년 최순호(7골), 1988년 이태호(3골), 2000년 이동국(6골)에 이어 다섯 번째다. 세 차례(2011년·2015년·2019년) 아시안컵에 나선 구자철은 두 차례(2014년·2018년)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등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76경기에 나서 19골을 터트렸다.

구자철이 지난 2016년 11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8 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골을 터트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런 구자철 재능은 제주 유나이티드(현 제주 SK)가 가장 먼저 알아봤다. 제주는 2007 신인드래프트에서 구자철을 지명했고, 구자철은 2007년 4월 제주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했다. 구자철은 2010년까지 88경기에서 8골 18도움을 기록한 뒤 ‘제주로 돌아오겠다’며 유럽 무대로 떠났다. 2011년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를 시작으로 마인츠,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약하며 전성기를 보냈고, 2018~2019시즌 아우크스부르크와의 계약이 끝난 뒤 카타르 알가라파, 알코르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해외생활을 마친 구자철은 약속대로 2022년 제주에 복귀한 뒤 이날 은퇴했다. K리그1 통산 성적은 95경기 8골 19도움이다. 구자철은 “경기 후 몸이 회복되는 시간이 길어졌고 이제 내 무릎과 근육이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홀가분한 마음도 있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책임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라운드를 떠난 구자철은 제주에서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새롭게 출발한다. ‘제주에서 은퇴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구자철은 “제주 선수를 잘 키워내고 선수들이 꿈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게 목표”라며 “축구화를 신고 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은퇴 후에도 내가 누렸던 경험을 토대로 한국 축구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놨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블랙핑크 지수 '여신이 따로 없네'
  • 블랙핑크 지수 '여신이 따로 없네'
  • 김혜수 '눈부신 미모'
  • 유인영 '섹시하게'
  • 박보영 '인간 비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