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수·감전·질식…울산 산업현장, 왜 이러나

HD현대미포 20대 잠수부 사망 사고
유족 “엄중처벌 필요” 중처법 등 고소

HD현대미포 울산조선소에서 발생한 20대 잠수부 사망 사고와 관련 유족이 HD현대미포와 하청업체 대표의 엄중 처벌을 요구하며 고용노동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유족과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14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이사와 법인, 하청업체 대표와 법인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울산해경도 이들이 잠수작업에 대한 안전조치를 했는지, 안전장비를 제대로 지급했는지 등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HD현대미포 울산조선소에서 발생한 20대 잠수부 사망 사고와 관련 유족 측 변호인이 14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원·하청의 엄중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유족 측 변호인 제공

지난 달 30일 울산 동구에 위치한 HD현대미포 울산조선소에서 20대 잠수부가 선박 하부 검사를 위해 입수 작업을 하던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잠수부는 입수 4시간이 지나서야 수중 드론에 의해 발견됐다. 유족 측은 “원청 안전 관리자는 자리를 비웠고, 하청 안전관리자도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이번 사고가 원·하청의 방치와 수수방관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그는 “하청업체는 산업잠수부 경력이 6개월 밖에 되지 않는 고인을 비롯해 관련 경력이 1개월도 되지 않는 잠수부, 잠수 관련 업무를 한 지 1개월된 감시인 3명에게 업무를 지시했고, 안전보건 조치나 안전교육은 전혀 하지 않았다”면서 “원청인 HD현대미포도 하청업체가 알아서 안전관리를 할 것이라며 안전보건 관련 어떤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족 측 변호인은 “게다가 하청은 고인의 동료에게 고인이 마음대로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진술해달라고 했다고 한다”면서 “부산고용노동청은 철저하게 수사하고, HD현대미포 하도급 공정을 전수조사해 엄중히 처벌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14일 오전 10시쯤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내에서 트레일러와 오토바이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대기업 공장이 밀집한 울산에선 근로자들의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쯤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변전소 설비 점검을 하던 직원 A씨가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공장에서 정전이 발생해 아반떼 등을 생산하는 일부 생산 라인이 멈췄다. A씨는 변전소 내부 기계장치를 점검하던 중 불꽃이 튀는 사고로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각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내에서는 트레일러와 오토바이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를 몰던 직원 B씨가 사망했다. 노조 측은 이 사고를 중대재해 사망사고로 규정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차량 성능 테스트를 하던 연구원 3명이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해 10월엔 동서석유화학에서 특고압 케이블 작업을 하던 70대 근로자가 이산화탄소 누출로 사망했다.

지난해 울산에서 발생한 산업현장 사망사고는 18건, 사망자는 20명 이상이다.

울산=이보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