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41살 연하 부인 후계자 지명에 반발 사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사례는 윤석열 대통령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발생했다. 정정이 불안한 일명 ‘바나나 공화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와 법원의 발부, 실제 체포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헌정 사상 처음이다. 자유 민주주의가 도입되고 구현된 서방 사회에선 전례가 없다.
◆페루에선 ‘비리’ 적발되자 의회 해산 시도
해외에서 발생한 가장 최근 사례는 2022년 체포된 페루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그는 뇌물 수수 등 비리가 적발돼 국회가 탄핵안을 표결하려하자 의회 해산과 비상정부 수립을 시도했다. 의회는 이를 쿠데타 시도로 간주해 즉각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카스티요는 망명을 시도하며 가족과 함께 멕시코 대사관으로 도주하려다가 대통령 관저를 떠나던 도중 경찰에 체포됐다.
페루 검찰은 반란 및 직권남용, 공공질서 교란 혐의로 카스티요에 징역 34년형을 구형했고, 지금까지 구금 중이다. 법적 구금 기간은 18개월이나 페루 법원은 카스티요에게 구금 기간을 36개월로 연장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카스티요 지지자들은 지금까지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국론이 분열되고 정정이 불안한 민주주의 취약 국가의 대표적 특징으로, 우리도 이와 유사한 흐름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41살 연하 ‘영부인’ 문제로 무너진 ‘무가베’
짐바브웨를 37년 간 통치한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은 2017년 군부 쿠데타로 가택에 연금됐다가 이후 수사기관에 체포됐다.
독재자 무가베를 무너뜨린 건 영부인의 권력욕이었다. 무가베가 배우자인 그레이스 무가베에게 권력을 넘기기 위해 부통령을 경질했다가 군부의 반발을 사면서였다.
무가베는 자신보다 41살 어린 그레이스를 1987년 초대 총리 시절 만났다. 당시 무가베는 63세, 그레이스는 22세였다. 둘의 불륜 관계가 유지되던 동안 무가베의 아내가 사망했고, 두 사람이 1996년 결혼하면서 그레이스는 영부인 자리에 올랐다.
그레이스는 남다른 명품 사랑으로 이름을 떨친 영부인이었다. ‘구찌 그레이스’, ‘퍼스트 쇼퍼’라는 별칭이 붙었다.
무가베는 노령으로 정무 감각이 약해지면서 중요 사안을 결정할 때 아내에 의존하기 시작했고, 그레이스의 영향력은 점차 커졌다.
무가베는 말년에 자신의 아내를 후계자로 지명하며 권력 승계 작업을 진행했고, 이로 인해 부통령을 지지한 군부의 반발을 사며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 밖에도 2010년 니제르의 마마두 탄자 전 대통령과 2009년 온두라스의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도 군부 쿠데타로 체포∙구금된 바 있다.
2000년 이후 국가정상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나라로는 미얀마, 태국, 이집트, 튀르키예, 필리핀, 스리랑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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