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등 불허… “갈등 증폭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집행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다가 숨진 50대 남성을 추모하는 움직임이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공수처 앞에는 추모 근조화환과 플래카드가 설치됐고, 서울 도심에는 분향소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일각에선 개인의 죽음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오후 2시 경기 과천 공수처 맞은편의 공원 주변에는 “다음 세상에는 부정선거 없는 세상에서 살아주십시오”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 3개와 고인을 추모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몇몇 시민은 이곳을 찾아 묵념하는 등 고인을 추모했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보수단체들은 전날 숨진 이 남성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과 중구 서울시청 앞 등에 설치하려고 했지만 경찰과 구청 제지로 무산됐다.
자유통일당은 공수처 앞에도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으나 경찰이 불허했다. 자유통일당 배경혁 정책국장은 “설치 장소를 계속 알아보고 있다”며 “유족의 허락을 받았고 분향소에서 모금된 돈은 모두 유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15일 공수처 인근 녹지에서 가연성 물질을 이용해 분신한 50대 남성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체포하지 않고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려는 것에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그는 엿새째인 20일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숨졌다.
공수처 앞을 찾은 한 시민은 “뉴스를 보고 애국자가 세상을 떠나 마음이 아팠다”며 “이분은 대통령이 말한 부정선거를 밝히려 하셨다”고 했다. 천안에서 2시간을 달려왔다는 50대 안모씨는 “보수 유튜브 채널을 보고 찾아왔다”며 “애국 시민의 죽음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과천경찰서 관계자는 “근조화환은 위험물질이 아니고 집회신고 물품도 아니어서 경찰이 치울 권한이 없다”면서도 “통행에 불편을 준다는 민원이 들어올 경우 도로 관리 주체가 단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유가족 입장과 무관하게 개인의 죽음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행한 한 시민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고인의 유서도 없는 상태에서 탄핵 집회 참가 사실만으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가족끼리 조용히 추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정치권의 갈등을 넘어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 속에서 좌절한 분들을 제도권 정치가 제대로 껴안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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