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이 극장가 활성화에 나서면서 해외영화도 중국 내에서 모처럼 인기를 끌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관영 중국영화보를 인용해 중국 당국이 지난해 93편의 신작 해외 영화를 허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로, 이 중 할리우드 영화는 42편, 일본 영화는 24편이었다.
또 중국의 지난해 박스오피스 매출이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블록버스터급 신작 외화의 중국 내 비중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중국 내 영화 흥행수입이 전년 대비 4분의 1 가량 감소해 425억위안(약 8조3800억원)에 그친 가운데 외국영화 시장 점유율은 16%에서 21%로 올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와 일본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각각 흥행수입 9위와 10위를 차지했다. 해외 재개봉작들도 인기를 끌어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은 주말 오후 대부분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 사이 출생 세대)로 가득 찼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지나치게 서구적이거나 부도덕한 것으로 여겨지는 영화들을 단속해왔다. 하지만 당국이 침체에 빠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 지출 확대를 추진하면서이런 제약이 완화하는 초기 징후가 포착됐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중국 영화 전문가인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 웬디 수 부교수는 “중국 당국의 태도는 민족주의적 자부심과 자유주의적 세계화라는 두 극단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더 많은 외화를 수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영화 관람객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다음달까지 영화 티켓 구매에 6억위안(약 118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베이징시는 올해 춘제(중국의 설) 기간 3000만위안(약 59억원)이 넘는 규모의 영화 관람 쿠폰을 발행할 계획이고, 하이난성과 후베이성 등 다른 지방정부도 비슷한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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